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최대규모의 국제예술전인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된다. 소녀상이 일본 공공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다음달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중 하나인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에 전시되는 17개 작품 중 하나다.
김운경ㆍ김서경 작가 부부가 공동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청동 소녀상의 원형에 해당한다. 유리강화섬유 소재에 색을 입혀 단발머리에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 차림의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재현했다.
31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전시회는 강한 정치색 등을 이유로 미술관에서 철거되거나 공개가 중단된 예술작품들을 한 데 모은 것이다. 최근 미술계에서도 정치성 등을 이유로 작품의 철거 등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전시를 계기로 관람객들에게 제작 경위를 설명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묻기 위해 기획됐다.
평화의 소녀상도 축소 모형이 2012년 도쿄도미술관에 전시됐으나 관람객들의 지적을 계기로 철거된 바 있다. 김운경ㆍ김서경 작가는 도쿄신문에 “일본을 깎아 내리는 의미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며 “정치와 예술은 뗄 수 없는 것으로 직접 보면서 의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상 외에도 위안부 피해 관련한 작품이 3점 전시된다. 2017년 군마(群馬)현 근대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거부 당한 조형물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도 공개된다.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작품과 오키나와(沖縄)현의 미군기 추락을 소재로 한 풍자화 등 일본 사회의 금기에 도전했다가 철거 또는 수정을 요구 받은 작품들이 포함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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