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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ㆍ한일 이어… EU-인도네시아 간 무역도 전운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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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ㆍ한일 이어… EU-인도네시아 간 무역도 전운 솔솔

입력
2019.08.11 16: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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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한 농촌마을 풍경. 모내기가 끝난 계단식 논 뒤로 야자나무 숲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도네시아의 한 농촌마을 풍경. 모내기가 끝난 계단식 논 뒤로 야자나무 숲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인도네시아 사이에서도 통상 문제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EU가 인도네시아산 팜유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인도네시아가 유럽산 수입 유제품에 고관세로 맞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11일 로이터 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EU 28개국에서 수입되는 유제품에 대한 관세를 8~18%로 인상할 계획이다.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9일 오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유제품 수입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그들에게 유럽 이외의 지역 수입선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루키타 장관은 “EU는 팜유에 8~18%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여기에 우리도 동일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는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유제품 수입업자들은 정부로부터 ‘유럽 대신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 수입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알제리에 이어, EU에서 탈지유를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이번 조치의 전조는 올해 초부터 있었다.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는 산림 벌채 문제 등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팜유(바이오디젤) 사용을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2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32%까지 높인다는 계획으로, 여기서 팜유는 ‘유해 연료’로 지정되며 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제외됐다.

이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유 생산량이 헥타아르당 미국산 콩기름보다 8배나 많다는 점을 들어 “콩기름은 그대로 두고 팜유를 유해 연료로 분류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자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기반한 결정”이라며 유럽의 수출품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팜유 최대 생산국으로, 두 나라의 팜유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또 다른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 소식을 전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경제 갈등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EU와 인도네시아 간 통상 마찰도 불 붙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인구 5억2,000만명의 EU는 세계 4대 시장에 속하며, 인구 2억7,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최대 경제대국이다. 인구 규모는 물론,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아세안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루키타 장관은 이와 관련, “적용 조건이 공정하다면 EU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도 “공정하지 않는 적용 조건이라면, 그것은 무역 전쟁의 행위”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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