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역사상 가장 어려운 문제… 한국, 국제회의서 문제제기해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숀 버니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1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원자력발전소(원전) 관련 역사상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버니 수석은 이날 국회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점과 진실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전 (후쿠시마 원전에 유입되는 오염수의) 하루 평균치가 250톤으로, 도쿄전력은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다.
그는 앞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기고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아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을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 용량이 더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건 오염수 방류를 설명하려는 기본적 논리”라고 질타했다.
버니 수석은 “후쿠시마 원전 부지 자체가 비상상황에 처한 상황이라 일상활동이 일어날 수 없는 곳”이라며 “농사를 짓거나 경제활동이 더는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우려했다.
후쿠시마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이 된 만큼 원전 주변에 오염수 저장소를 추가로 설치하면 되지만, 일본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버니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주 도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가 열려 참석했는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용하지 못할 면적을 저장탱크 사용 장소로 넓힐 수 없느냐’고 물었다”면서 “하지만 도쿄전력은 이에 대해 분명히 얘기하거나 부정하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버니 수석은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물질을 2031년까지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현실상 일어날 수 없는 계획을 공지했다”고 꼬집었다. 또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선 “자연을 오염시킬 수 있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버니 수석은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동해로 유입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염수 110만톤이 태평양에 방류되면 동해의 방사성 물질도 증가할 것”이라며 “동해까지 (유입에) 1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5~2016년 동해의 세슘 수치가 사고 전에 비해 2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를 향해 그는 “가장 인접한 국가로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충분한 정보 제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또 오염수 방류 계획 중단을 일본 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니 수석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많은 피해는 결국 인권 문제와 직결된다”며 “한국 정부가 문제제기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위 회의”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열리는 국제해사기구의 런던협약 의정서 합동당사국 총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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