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양대노총과 시민사회가 건립한 ‘강제징용노동자상’이 불법 시설물로 분류돼 있어 노동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전쟁범죄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뜻을 담아 일본으로 끌려가 해저탄광 갱도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서는 조선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다. 양대노총이 주축이 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용산역 광장에 건립을 추진했으나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우려한 정부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 추진위원회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의 상징성을 감안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립을 강행했다. 용산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조선인을 강제로 징용하거나 모집해 일본과 사할린, 쿠릴 열도 등으로 데려간 출발역으로 징용피해의 상징적 공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용산역 광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불법 시설물’ 신세다. 용산역 광장은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이 보유한 국유지여서 현행 국유재산법(제72조)상 민간단체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철도공단은 현재까지 추진위원회에 변상금과 연체료 234만2,050원을 부과한 상태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용산역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 추모 공간을 만들고 동상도 국가에 기증할 수 있도록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동상을 국가에 기증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국유재산법상 기부ㆍ기증도 영구시설물(도로 등 해체가 불가능하거나 해체비용이 막대한 시설물)만 가능하다”며 “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에 따라 민간단체가 추모 시설물을 위탁할 수 있는데, 이 법에 ‘기부’ 항목이 없어 이 조항을 추가하거나 현행법에서 해석이 가능하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