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상반기 영업적자 9,285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1분기에 6,299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환율 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석탄 이용률과 높은 연료가가 실적 내리막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전의 실적 악화는 곧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된다.
한전은 올 상반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가량 감소한 28조3,194억원을, 영업손실은 14% 가량 악화한 9,285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단기순손실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3억원 늘어난 1조1,73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영업적자는 2012년(2조3,020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증가에 따른 높은 연료 원가와 원전 대규모 계획예방정비(정기점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올 1분기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 일환으로 석탄발전을 줄인 영향이 컸다. 태안화력발전소 9ㆍ10호기도 안전사고로 4~5월 가동이 중단됐다. 때문에 석탄 발전량은 기존 47.9테라와트시(TWh)에서 43.1TWh로 10.1% 가량 감소했다.
석탄발전 감축분을 LNG로 충당하면서 전력 구입비가 크게 늘어났다. 원전의 경우 국내 24기 중 8기가 정비 중이라 가동을 못하고 있다. 2분기에는 LNG 가격 하락으로 연료비와 민간 전력구입비를 5,000억원 가량 감축했지만, 실적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전이 8,4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2017년과 비교하면 올해 2분기 기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35% 상승했고, 석탄 이용률은 1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공기업인 한전의 실적이 계속 악화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전 측은 상반기 영업손실이 탈원전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실제 2분기 원전 이용률은 82.8%로, 2016년 2분기(84.3%)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지난해엔 원전 이용률이 올해보다 낮았다”며 “원전 이용률이 올라가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탈원전 정책과 전체 실적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은 냉방 수요로 판매량이 늘고, 높은 판매단가가 적용되는 계절적 차등 요금 영향으로 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유승훈 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유연탄 가격이 2~3년 전 대비 두 배 가량 올랐고, LNG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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