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양생물 슴새 최대 번식지
정박한 낚시 선박서 유입된 집쥐
둥지 파헤치고 알ㆍ새끼 잡아먹어
천연기념물 제333호로 지정된 제주 사수도에 낚시선박에 의해 쥐떼가 유입되면서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사수도는 보호대상해양생물인 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이며, 멸종위기야생생물인 흑비둘기 등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사수도 바닷새류(흑비둘기ㆍ슴새) 번식지 설치류 현황 파악 및 모니터링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사수도에 유입된 집쥐들이 슴새 둥지를 습격하면서 슴새의 번식 실패율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2016년에 슴새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를 막기 위해 슴새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 슴새는 땅에 굴을 파서 둥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집쥐들이 슴새의 둥지를 습격해 알과 새끼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무작위로 선택한 41개 슴새 둥지를 조사한 결과 28개의 둥지에서 집쥐의 습격 흔적을 발견했다.
사수도에 서식하는 집쥐들은 2016년 제주시의 조사 결과 150여개체로 추정됐고, 이번 조사에서는 100여개체로 추정됐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집쥐의 번식률이 워낙 높아 서식환경이 좋아지면 1년 내에 1,000여마리로 개체군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박멸을 목표로 지속적인 포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문화재청이 2011년 천연기념물인 사수도 내 산림지대를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제한하기 이전에 낚시꾼들의 낚시를 위해 정박한 배에서 집쥐들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집쥐의 습격 외에 사수도 해안으로 유입된 해양쓰레기,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와 낚싯줄이 사수도 해안에 쌓여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슴새 등의 먹이활동에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일부 슴새가 버려진 낚싯줄에 걸려 죽은 사례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현재까지도 한달 평균 150여척의 낚싯배들이 사수도 인근까지 접근해 낚시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수도에 서식하는 흑비둘기의 피해도 확인됐지만, 이는 집쥐에 의한 피해보다 맹금류인 매에 의한 자연적인 생태계 먹이사슬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연구진은 판단했다.
사수도는 전남 완도군과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13만8,701㎡의 작은 무인도다. 추자도와 23㎞ 거리에 있는 이 섬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흑비둘기ㆍ섬개개비, 보호대상해양생물인 슴새 등이 서식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섬이다.
고길림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사수도에 있는 집쥐 포획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한 해경 등과 협의해 사수도에 낚싯배와 어선이 불법으로 접안하는 등의 무단출입과 해양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한 단속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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