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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공산성·마곡사… 1500여년 전 백제의 숨결을 느낀다

입력
2019.08.23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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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충남 공주 

관광객들이 시티투어 버스에 오르고 있다.
관광객들이 시티투어 버스에 오르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아침 충남 공주시청 주차장. 휴가철 막바지에 가족과 함께 충남 공주시 ‘신바람 시티투어’에 참가한 관광객 얼굴에는 따가운 햇볕에도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이날 정규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재미를 더하기 위해 투어를 주관하는 공주시관광협의회가 마곡사 관람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30분 부산, 울산, 대전, 홍성 등지에서 온 승객 31명을 태우고 출발한 시티투어버스는 10분 거리의 송산리고분군으로 향했다.

 ◇송산리고분군 무령왕릉은 ‘보물 창고’ 

송산리고분군 전경.
송산리고분군 전경.

송산리고분군 관람 시작에 앞서 경력 15년차의 유영자(65)해설사가 나섰다. 학생 10여명의 관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은 오늘 하루 나의 VIP 고객이니 항상 나를 뒤따라 달라”며 재치 있는 입담을 던졌다.

관광객들은 시티투어 첫 탐방장소인 웅진백제역사관과 고분군모형전시관에서 무령왕릉 및 5, 6호고분을 정밀하게 재현해 무령왕체험과 발굴과정을 관람했다.

모형관을 나와 실제 고분으로 향하는 야트막한 고갯길을 오르는 동안 해설사는 학생들이 힘들어 할까 걱정하며 백제 관련 퀴즈를 내며 지루하지 않게 이끌었다.

관광객들이 고분모형전시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관광객들이 고분모형전시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5분쯤 지나자 커다란 무덤들이 펼쳐졌다. 사적 제13호 송산리고분군은 백제 웅진시기(475~538년)의 왕릉군으로 구조와 유물은 백제문화의 우수성과 고대 동아시아국가간 밀접한 문화교류를 증명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사에 의하면 수십 여 기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무령왕릉을 비롯한 7기의 무덤만이 정비되어 있다.

1~5호분은 백제의 대표적 무덤 양식인 돌로 만든 굴식돌방무덤이다. 6호분과 무령왕릉은 당시 중국에서 널리 유행하던 양식인 벽돌무덤이다.

무령왕릉은 백제 제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삼국시대 고분 중 무덤의 주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왕릉이다. 1971년 5호분과 6호분의 배수시설 공사 중 우연히 발견, 1,5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한 상태를 보존해 백제사와 고대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쏟아냈다. 특히 무덤의 주인이 무령왕임을 알 수 있는 지석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모형 무령왕릉에서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모형 무령왕릉에서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무령왕 무덤은 연꽃무늬 벽돌을 뉘어 쌓기와 세워 쌓기를 반복하며 정교하게 만들었다. 입구에서 방까지 길을 만들고 그 끝에는 무령왕과 왕비의 관이 놓였다. 무덤방의 평면은 남북으로 긴 사각형이며 천장은 터널형이다. 널길은 무덤방의 남벽 가운데 위치한다. 입구 부분을 제외한 3벽면에는 등잔을 두기 위하여 북벽에 1개, 동 서벽 에 2개씩 벽면을 움푹 파낸 5개의 벽감과 가창을 만들어 정교함을 더했다.

무덤은 보물창고와 다름없었다. 출토된 유물은 지석 이외에도 금제관식, 귀걸이, 목걸이, 팔찌, 고리장식 칼, 청동거울, 석수, 도자기, 오수전, 유리구슬, 다리미 등 4,600여점에 이르고 12건이 국보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산성 

공산성 금서루.
공산성 금서루.

버스가 공산성 초입에 들어서자 웅장한 산성이 관광객을 맞이 했다. 송산리고분군 관광을 하는 동안 친해진 관광객들은 어색한 모습 없이 공산성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관람을 시작하자마자 한 학생이 다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시티투어에 동행한 공주시관광협의회 김혜련(46)사무장이 나서 응급처치를 했다. 다른 지역 시티투어의 경우 해설사 1명이 투어의 전 일정을 진행하지만 공주시티투어는 항상 관광협의회 직원 1명이 동행시켜 관광객 안전을 지키고 있다.

관광객들이 공산성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공산성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공산성은 2015년 7월 송산리고분군을 비롯해 부여, 익산의 백제유적 8곳과 함께 ‘백제역사 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백제 웅진도읍기(475~538년)의 왕성으로 성벽 축조는 진흙과 모래를 번갈아 다진 판축기법과 도랑을 파 기둥을 세운 뒤 흙을 채운 벽주건물지 기법을 사용했다.

성의 길이는 토성과 석성으로 혼합된 2,660m로 동서남북 네 곳에 문이 있었으나 남문인 진남루와 북문인 공북루가 남았다. 1993년 동문과 서문을 복원해 각각 영동루와 금서루로 이름을 지었다. 현재 성내에는 추정왕궁지를 비롯해 백제시대 임류각지, 연지와 통일신라시대 건물터, 조선시대 유적 쌍수정, 영은사, 명국삼장비 등 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공산성 성벽 산책길을 걷는 관광객.
공산성 성벽 산책길을 걷는 관광객.

산성 정상은 곳곳이 비닐 포장으로 덮여있어 아직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다양한 유적이 나왔다.

산성에 오르자 북쪽에 흐르는 금강과 급경사를 이루는 공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산성은 걷는 재미를 더했다. 산책코스도 30분~1시간이 소요되는 3가지로 나뉘어 고를 수 있다. 폭염을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던 관광객들은 나무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의 시원함을 만끽했다.

자녀와 조카 등 7명의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유호민(45ㆍ홍성군)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에 나섰지만 만족도는 비싼 해외여행보다 훨씬 높다”며 “아이들과 함께 모르고 잊고 있던 역사공부와 체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공산성 관람을 마친 관광객들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산성 앞 길 건너 ‘백미고을’로 향했다. 이곳은 공주시가 음식문화거리로 지정한 곳으로 20여개의 음식점과 10여개의 찻집과 카페가 몰려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다.

 ◇마곡사 한 쪽엔 김구 선생 머문 ‘백범당’ 

마곡사 전경.
마곡사 전경.

점심을 마친 관광객들은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마곡사로 향했다.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동쪽 산허리에 자리 잡은 마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본사다.

640년 백제 무왕때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대사가 재건했다. 창건 당시 30여 칸에 이르는 큰 사찰이었으나 현재는 대웅보전(보물 제801호)을 비롯한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사천왕문, 해탈문이 가람을 이루고 있다.

마곡사 내 백범당.
마곡사 내 백범당.

사찰 한 쪽에는 백범 김구선생이 머물렀던 ‘백범당’이 잘 보존되어 있다. 올해 상하이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백범은 1896년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탈옥, 이곳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해 수도를 했다.

 ◇‘공주 명물’ 알밤막걸리 양조장 

알밤막걸리 양조장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막걸리 시음을 하고 있다.
알밤막걸리 양조장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막걸리 시음을 하고 있다.

마곡사 관람을 끝낸 관광객은 마지막 코스인 박동진판소리전수관으로 가던 도중 공주의 명물 ‘알밤막걸리’ 양조장에 들렀다. 시음장에서 막걸리 맛을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몇 병씩 구입해 차에 올랐다.

 ◇‘제비 몰러 나간다’ 박동진판소리전수관 

박동진판소리전수관.
박동진판소리전수관.

박동진판소리전수관은 판소리 명창 고 박동진 선생의 소리를 잇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선생은 1969년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춘향가를 불러 기네스북에 올라 한국 판소리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TV에 출연해 걸쭉한 재담으로 판소리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CF도 출연해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유행어도 남겼다.

전수관에서는 수제자 김양숙(57)선생이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연수교육이나 판소리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동진판소리전수관에서 관광객들이 김양숙 전수관장 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박동진판소리전수관에서 관광객들이 김양숙 전수관장 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이날 판소리 배우기에 나선 관광객들은 김양숙 선생의 선창에 따라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 일부를 배웠다. 관광객들은 더위 속에 50분가량 진행된 교육에 몰입했다. 교육이 끝날 무렵 한 사람씩 이어진 복습시간에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관광객 유연미(47)씨는 “딸과 함께 처음으로 배운 판소리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시티투어 코스 가운데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

공주 신바람시티투어는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계절별로 코스를 달리해 요금은 성인기준 1만5,000원이다. 축제기간(석장리구석기축제, 공주금강여름축제, 백제문화제)에는 요일에 상관없이 운행해 축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봄코스: 공주역-공주시청-충남역사박물관-영명학당-포정사 문루-공주역사영상관-송산리고분군- 공산성(백제춤 체험) △여름코스: 공주역-공주시청-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고분군- 공산성(박동진 판소리 체험) △가을코스: 공주역-공주시청- 국립공주박물관-송산리고분군- 마곡사 (알밤줍기 체험, 불가 시 인절미 체험으로 변경) 등 3개 코스가 있다.

예약은 공주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시티투어 예약등록 페이지)나 공주시관광협의회 (041)854-8810로 하면 된다.

공주=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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