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아베도 좋은 친구” … 한일갈등 방관 행보 연장선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문 대통령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면서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결 결정 이후 처음 나온 공개적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 직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아베 총리를 (G7 회의에서) 만날 것이며,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는 훌륭한 신사다. 그는 나의 좋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등 유동적인 상황의 외교 안보 현안에서 입버릇처럼 나오는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것과 비교하면 직설적인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은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사안에 말을 아끼며 거리를 둬왔던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19일 “한일 정상이 원하면 관여하겠다”고 밝힌 것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당시 “일본과 한국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full-time job)”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일 갈등에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일 갈등이 재점화한 지난 22일 이후에도 거의 매일 10여건 이상의 트윗을 띄우고 있지만 한일 갈등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가뜩이나 동맹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준비, 금리 문제로 인한 연준과의 갈등 등 각종 현안에 골몰하면서 한일 갈등 사안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한일 갈등에 대한 중재 역할을 회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관적 태도가 한일 갈등 악화에 한몫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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