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술국치일을 맞아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조기를 게양하고 추념행사를 통해 역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조기 게양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쏟아졌다. 경술국치일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이 가져가는 내용의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되고 공포된 국권피탈의 날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8일부터 각 학교와 산하 기관에 조기 게양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전북 전주시, 경남 창원시, 경남 의령군, 대구 등도 동참하면서 조기 게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토 히로부미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 기념 식수한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10개 학교가 최근 교목 교체를 희망했다.
경술국치일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을 통해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강권 앞에서 국권을 상실한 치욕적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이 잇따르고 있다. 유명 한국사 강사인 최태성씨는 29일 본인의 트위터에 “1910년 오늘, 일제에게 국권 강탈. 경술년에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라 경술국치라고도 부른다”며 1910년 8월 22일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과 일본의 데라우치 마사타게가 어전회의를 통해 ‘한일합병조약’을 조인하고 29일 반포됐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강화도조약으로 시작된 국권 침탈은 결국 아픈 결과를 낳았다”며 “기억해 주세요. 그래야 역사가 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조약의 조칙에는 대한제국 국새 날인과 순종의 서명이 없어 무효라는 설명 글도 이어지고 있다.
조기 게양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누리꾼이 "한일강제합병 국치일을 잊어버린다면 나라가 어떻게 망했는지를 모르는 것"이라며 "교육을 위해서도 조기 게양은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독려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현관문 앞에 내건 조기 사진을 공개하고 "기쁜 일만 기억하지 말고 이 날도 꼭 기억하자"며 "조기 게양하고 출근하자"고 했다.
한일합방 또는 한일합병이라는 표현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오늘이 경술국치라는, 소위 우리가 아는 한일합방, 한일합병일”이라며 “경술국치로 바로 잡아야겠다. 역사는 흐르지만 지나간 자국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다시 상기시키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시물도 다수 등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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