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2골에 관여하며 제 몫을 해내는 손흥민(27ㆍ토트넘)과 벌써 시즌 4호골을 기록한 이재성(27ㆍ홀슈타인 킬), 오스트리아 리그를 폭격 중인 황희찬(23ㆍ잘츠부르크)에 유럽 무대에 연착륙한 황의조(27ㆍ보르도),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신욱(31ㆍ상하이 선화)까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첫 발을 뗀 벤투호가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에 출발부터 기분 좋은 순풍을 맞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은 2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격전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떠났다. 대표팀은 5일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의 평가전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뒤,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두 번째 실전 무대인 만큼 부담도 크지만 벤투 감독은 담담했다. 그는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이전과는 다른 단계에 돌입했다.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첫 시작을 하는 과정"이라며 "유지했던 철학과 방향성은 잃지 않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대표팀 공격의 핵심인 해외파 선수들의 발끝이 리그 초반부터 날카롭다. 공격진을 어떻게 구성할지 오히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벤투호의 공격 1옵션으로 평가 받는 황의조-손흥민의 활약은 여전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막판에 받은 징계로 초반 2경기에 결장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역시 손흥민”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특히 2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북런던 더비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팀의 두 골 모두에 관여하며 활약했다. 벤투호 A매치 최다득점자(8골) 황의조는 프랑스 보르도 이적 후 3경기 만에 유럽 무대 데뷔 골을 기록한 데 이어 1일 리옹전에서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적응을 끝마쳤다.
여기에 ‘황소’ 황희찬이 ‘역대급’ 퍼포먼스를 펼치며 새로운 투톱 카드로 부상했다. 황희찬은 1일 WSG티롤과의 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 골로, 이번 시즌 컵 대회 포함 7경기 4골 7도움을 기록 중이다. 황희찬은 경기당 한 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로 팀을 리그 선두에 올려놨다. 파괴력 넘치는 돌파력의 황희찬이 정교한 마무리 능력까지 장착하며, 자연스레 손흥민의 측면 자원 활용 가능성도 커졌다.
유럽파는 아니지만 ‘고공 폭격기’라는 별명처럼 높이와 힘으로 중국 슈퍼리그를 폭격 중인 김신욱 카드도 매력적이다. 김신욱은 "투톱이든, 원톱이든 많이 해봤다"면서 "감독님과 함께 제 역할을 고민해 팀에 잘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2선 자원들의 활약도 즐거운 소식이다. 이재성은 1일 분데스리가2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전에서 시즌 4호골을 기록했다. 결정력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따랐던 이재성임을 고려할 때 지금의 페이스는 반갑다.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권창훈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교체 출전이지만 시즌 첫 리그 경기에서 가벼운 발놀림과 날카로운 패스를 보여준 이강인(18ㆍ발렌시아)도 출격 대기 중이다.
한국은 이번 2차 예선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레바논, 스리랑카, 북한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무난한 상대들이지만, 조 1위가 아니면 3차 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어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실전이다. 최고 컨디션의 최정예 선수들로 무장한 벤투호의 항해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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