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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ㆍ 형 간병하다 지쳐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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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ㆍ 형 간병하다 지쳐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 놓았나

입력
2019.09.03 21:20
수정
2019.09.04 00:4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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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모ㆍ장애 형 이어 추적받던 동생도 사망… 경찰 ‘간병살인’ 추정 수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모와 중증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이 추적 중이던 작은 아들이 3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랜 간호에 지친 둘째 아들이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 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간병 살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암사동 광나루한강공원 인근 한강 속에서 심모(5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진 심씨는 애당초 ‘강서구 모자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지난 1일 오전 4시쯤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머니 구모(88)씨와 형(53)이 숨진 채 발견돼서다. 경찰은 모자의 시신에서 둔기에 의한 외상 흔적을 찾아냈고, 함께 살던 심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심씨의 행방을 추적한 끝에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과 동주민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치매에 걸린 심씨의 어머니와 중증 장애인이었던 형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2000년 9월부터 생계, 의료, 주거급여 등을 받고 있었다. 어머니는 방문요양보호서비스를, 큰 아들은 장애인활동지원지원금도 받았다. 노모는 항상 주변을 먼저 챙기는 상냥한 이웃이었고, 큰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큰 아들은 조용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모자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지내왔으나 올해 들어 모자 모두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경비원 A(75)씨는 “어머니만 해도 지난해까지는 혼자 수레를 밀면서 왔다 갔다 할 정도는 됐는데 올해부터 상태가 안 좋아져 도우미가 휠체어를 끌어줘야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 B씨도 “큰 형도 혼자 전동차를 타고 잘 나다녔는데 희귀병에 걸렸다더니 올해 들어 몸이 급격히 메말라 아예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가양동 아파트 입구에 경찰이 만든 폴리스라인이 설치돼있다. 김진웅 기자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가양동 아파트 입구에 경찰이 만든 폴리스라인이 설치돼있다. 김진웅 기자

모자의 증세가 심각해지자 30여년동안 노모와 형을 보살피던 심씨는 8개월여 전부터 아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모자를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주변 지인들에게는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생활고를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심씨는 하루에 2~3차례 바람막이 점퍼 차림으로 간혹 집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을 뿐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과 별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숨진 채 발견된 심씨에게 별 다른 외상 등 범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씨가 노모나 큰 형을 돌보다 우발적으로 둔기를 휘두른 뒤 죄책감을 이기지 못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숨진 심씨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는 혐의가 입증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심씨가 유서를 남겼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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