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장 인터뷰
“일제 강제 동원은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입니다.”
9일 오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만난 신임 박철규(58) 관장. 그는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에 대해 “양국의 입장이 있지만 잘못된 부분(과거사)에 대해 화해하고 사과만 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제3대 관장으로 부임한 박 관장은 대한민국지식중심 상임이사, 명지대 초빙교수, 진실화해위원회 종합보고서 담당관 등을 지냈다. 임기는 2021년 9월 1일까지 2년이다.
박 관장은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강제 징용 등 한일 관계의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데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양국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에 대해선 “우리 입장에서는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강제 징용 자체가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 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인권과 세계 평화에 대한 국민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5년 12월 개관했다. 일제의 강제 징용과 관련된 전국 유일의 역사관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박 관장의 설명이다. 이 역사관 바로 인근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 2,300여명이 안장된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그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정상들이 역사관을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권과 평화의 침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만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세계 평화와 인권 존중에 대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1990년대 중반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불명예스러운 역사적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아프고 숨기고 싶은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과거는 잊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도 잊어서는 안 될 역사는 반드시 기억해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단순한 역사관이 아니라 뼈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방문객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항상 가까이 있어 언제든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자라고 배우는 학생들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역사관을 직접 찾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공항과 여객선터미널 등을 찾아가 펼치는 참신한 형태의 전시회 등도 기획 중이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는 개관 이래 지난달까지 43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부산=글·사진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