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서 군집 드론의 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존의 재래식 무기로는 완벽하게 방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의 방패'라고 불리는 이지스구축함조차 군집 드론의 공격을 절반밖에 막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대학원이 자폭 기능을 갖춘 소형 드론을 군집해 미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을 공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공격에 동원된 드론 8대 중 4대가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2대를 보완해도 2.5대가,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전(Jamming) 공격체계를 추가했을 때는 1.56대가 자폭 공격에 성공했다. 기만체계까지 추가로 설치해 모든 방안을 동원하더라도 최종 평균 1.12대의 드론은 작전을 수행해내며 이지스함의 대공방어능력을 무력화했다.
비용만 따져 보더라도 군집 드론 공격은 방어 대비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피격에 성공하는 드론의 수를 1.12대까지 낮추기 위한 체계 업그레이드 비용에는 무려 28억6,200만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의 반군들이 사용하는 자폭 드론의 가격이 대당 1,000만원 대이고, 상업용 드론을 개량할 시 그 비용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방어 비용이다.
미국 전자기술 전문 매체인 익스트림테크는 "미군은 군집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자전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교란 신호를 방출해 드론 군집을 방해하는 방어 전략은 일견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강력한 전자파 방출에서 비롯되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는 레이저 무기체계 역시 한 번에 한 대의 드론만 격추할 수 있으며, 최소한으로 잡아도 몇 초의 교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집 드론의 포화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이란 등 적성국이 드론의 차세대 전략무기로서의 가치를 일찌감치 발견한 데 반해 미군의 방어전략은 이미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는 최근 잠재적 적국의 소형 드론 위협에 대한 미군의 대응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적국의 소형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이 계획해 놓은 시간표는 소형 드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에 너무나 짧다"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