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 중지한 대형 예술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26일 결정했다. ‘전시 운영을 위협하는 사태’를 인지하고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소녀상 전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이날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책정된 정부보조금 약 7,800만엔(약 8억6,841만원)을 교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3일 주최측은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 기획전에 극우 세력의 협박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개최 3일만에 전시를 전격 중단한 바 있다.
문화청 관계자는 통신에 “보조금 적정화법에 따른 것이지 전시 내용의 시비(是非)를 이유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소녀상 전시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이 협박과 항의 메일 등 전시 운영을 위협하는 사태에 관해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아직 문화청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확정시 제3의 기관에 판단을 요구하는 등 정부 결정이 올바른지 다투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보조금 지원 중단은 소녀상 출품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논란거리였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미 지난달 2일 기자회견에서 “심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전시내용에 대한 기재가 없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지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정부가 문화 행사에 정치적 압력을 가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의 재개는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최측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전시 중단 사태를 다루는 아이치현 검증위는 이와 별도로 전날 “(중단 결정은)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개 조건으로 전시방법과 해설의 개선, 사진촬영 방지 등 검열성 권고를 내걸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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