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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왜 큐레이터가 있지… 전시 관람객 4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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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왜 큐레이터가 있지… 전시 관람객 40만 돌파

입력
2019.10.04 08: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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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 안의 갤러리 교보아트스페이스 

 지난달 27일부터는 손글씨전 열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안에는 갤러리 교보아트스페이스가 있다. 사진은 2015년 12월 작가 10인이 참여한 개관전 ‘미술, 책편에 들다’ 전경이다. 교보문고 제공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안에는 갤러리 교보아트스페이스가 있다. 사진은 2015년 12월 작가 10인이 참여한 개관전 ‘미술, 책편에 들다’ 전경이다. 교보문고 제공

교보문고에는 큐레이터가 있다. 대형서점에 미술품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소속돼 일한다니 의아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바로 서울 광화문점에 교보아트스페이스가 있어서다. 이곳은 교보문고가 ‘머무는 서점’을 지향하며 2015년 12월 만든 갤러리다. 누적 방문객이 40만명을 넘어서며 서점 안의 미술관으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까지 32회 전시… 무료로 운영 

2015년 5월에 열린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 속 서재’ 전시에서 진행된 ‘서재에서의 낮잠’ 퍼포먼스. 유 작가는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작업을 하는 멀티 아티스트다. 교모문고 제공
2015년 5월에 열린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 속 서재’ 전시에서 진행된 ‘서재에서의 낮잠’ 퍼포먼스. 유 작가는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작업을 하는 멀티 아티스트다. 교모문고 제공

교보문고 광화문점 한편에 들어선 89㎡(27평) 규모의 이 공간에선 1년 내내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한 해 평균 10회씩 전시를 열어 왔다.

여느 갤러리에 비해 교보아트스페이스가 갖는 강점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는 것이다. 큐레이터인 최희진 교보아트스페이스 디렉터는 “수익 창출이 최대 목적인 일반 갤러리와 달리 이곳은 대중이 무료로 미술품을 향유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맘 먹고 가야 하는 곳이 아닌 편히 들를 수 있는 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동 인구가 많은 서점 안에 있어 일반 미술관보다 관람객 숫자가 훨씬 많다. 한 전시당 적게는 9,000명에서 많게는 3만명이 든다.

그렇다고 전시의 수준을 대중성에만 맞추는 건 아니다. 평단이 주목하는 신진 작가부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중견 작가까지 두루 섭외해 예술성과 실험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성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신여성 작가 나혜석, 김명순, 김일엽의 소설을 모티브로 작업한 작품을 건 ‘그림, 신여성을 읽다’전을 열었다. 올해 8월, 2인 작가의 드로잉전으로 기획한 ‘낫띵 NOTHING’도 큰 관심을 끌었다. 전시에 참여한 심래정ㆍ이은새 작가는 올해 평단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최 디렉터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작가들에게도 교보아트스페이스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며 “사기업이 예산을 투자해 시민을 위한 공적인 성격의 전시 공간을 만든 취지에 공감하는 작가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슈뢰더도 찾아… 다음달 10일까지는 손글씨전 

2017년 9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서울 광화문 교보아트스페이스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고 그림 앞에 서 있다. 그는 시인 윤동주의 시를 모티브로 한 정재호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 슈뢰더 전 총리 옆의 푸른 빛의 그림(‘별 헤는 밤’, 117×80㎝ 한지에 목탄, 아크릴릭, 2017)이다. 교보문고 제공
2017년 9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서울 광화문 교보아트스페이스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고 그림 앞에 서 있다. 그는 시인 윤동주의 시를 모티브로 한 정재호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 슈뢰더 전 총리 옆의 푸른 빛의 그림(‘별 헤는 밤’, 117×80㎝ 한지에 목탄, 아크릴릭, 2017)이다. 교보문고 제공

책을 연계한 전시를 꾸준히 이어 온 것도 교보아트스페이스의 특징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017년 9월 ‘문학그림전-별 헤는 밤’에서 작품을 산 적도 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은 “자서전 발간을 기념해 방한했던 슈뢰더 전 총리가 우연히 교보아트스페이스에 들렀다가 그림을 보고 한눈에 매료돼 구입했다”고 떠올렸다. 시인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한지에 형상화한 정재호 작가의 작품이다.

지난달 27일부터는 교보손글쓰기대회 수상작 전시를 하고 있다. 책의 구절을 육필로 써서 응모하는 대회로 올해 5회째를 맞았다.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전시다. 응모자도 6,298명으로 지난해에 비해서 11% 증가했다.

전시에는 으뜸상 열 개 작품을 포함해 수상작 60점이 걸렸다. 어린이의 천진한 표정이 담긴 글씨부터 정갈한 정자체, 캘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글씨까지 사람 냄새가 담긴 작품들이다.

전시에는 걸리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시각장애인들이 단체상을 받아 눈길을 끈다. 서울맹학교 이료재활전공과 1학년 2반 학생 열두 명이다. 참여한 학생들은 연령대가 1959년생부터 1997년생까지 다양하다. 전맹인 참가자도 있고, 약시인 경우도 있다.

담임교사인 권지윤씨는 응모 이유에서 “줄도 맞추기 힘들고 글씨의 크기도 조절이 되지 않아 작은 용지에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시각장애인에게서 떠올리는 흰 지팡이와 선글라스를 낀 천편일률적인 모습 너머에는 이렇게 개성이 가득한 인격들이 있음을 모두가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다.

진 과장은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는 이 시대에 손글씨 작품을 보며 풍요로운 삶의 여유와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열린 제5회 교보손글쓰기대회 으뜸상 수상작 중 세 점. 왼쪽부터 양현준(아동부문), 최다연(청소년), 최유정(일반)의 작품이다. 교보문고 제공
올해 열린 제5회 교보손글쓰기대회 으뜸상 수상작 중 세 점. 왼쪽부터 양현준(아동부문), 최다연(청소년), 최유정(일반)의 작품이다. 교보문고 제공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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