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우산혁명’ 5주년을 맞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특히 오는 10월 1일 중국의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앞둔 가운데 열린 이날 시위는 민주화 요구에 더해 짙은 반(反)중국 성격을 띠며 격한 모습을 보였다. AP통신 등은 이날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해산에 나서자, 시위대 일부가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충돌했다고 전했다.
앞서 28일 홍콩 시민들은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우산혁명 5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산혁명이란 말은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최루탄을 우산을 펼쳐 막은 데서 비롯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열린 이래 17주째 이어진 주말 시위기도 했다.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홍콩 시민 수만 명은 우산을 들고 코즈웨이 베이 지역에서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까지 행진하면서 홍콩 정부를 향해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다만 5년 전 우산혁명이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최근 시위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충돌 사태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날도 경찰은 행진을 불법 시위로 규정하면서 최루탄과 고무탄, 파란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다. 파란 염료는 이에 맞은 시위대를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시위대도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애드머럴티 지역의 도로에 폐품 등을 모아놓고 불을 붙였으며, 애드미럴티와 완차이역에도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다. 이와 관련 이날 시위에 참가한 저스틴 렁(21)은 AP통신에 “현재 시위대가 합의한 바는 모든 이들의 (시위) 수단은 유효하며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라며 일각의 과격 시위 방식을 옹호했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는 이후 민주화 요구 및 반중국 성격의 시위로 변해왔다. 이날 집회 주제는 ‘전체주의 반대’로, 시위대는 극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일부 시위대는 빨간 바탕에 다섯 개의 노란 별이 그려진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풍자한 깃발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빨간 바탕에 17개의 별로 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모양의 ‘하켄크로이츠’를 그린 깃발로, 중국이 나치와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시위대는 국경절에 집회를 다시 열 계획이라, 이날에는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홍콩 도심인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는 거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홍콩은 물론 대만 타이페이,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20여개국 72개 도시에서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연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타이베이에서는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고, 시드니에서도 1000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