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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도 잘 쓰면 약”… 현직 장학사가 말하는 독서교육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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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도 잘 쓰면 약”… 현직 장학사가 말하는 독서교육 팁

입력
2019.10.07 16:39
수정
2019.10.07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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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를 쓴 김성효 장학사. 류효진 기자
책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를 쓴 김성효 장학사. 류효진 기자

올해 서점가의 깜짝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서울 대치동의 독서ㆍ논술교육 전문가가 쓴 ‘공부머리 독서법’이었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15만부가 팔린 이 책은 국어 영역이 특히 어려웠던 2019년도 수학능력평가의 여파를 타고 “독서를 잘해야 공부를 잘한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재차 일깨우며 ‘독서력=공부’ 붐을 일으켰다.

이런 바람에 현직 장학사도 가세했다. 16년간 초등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친 전북도교육청 김성효 장학사가 쓴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는 가정과 교실에서 모두 가능하며,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독서와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김 장학사는 오히려 “독서 교육이 공부를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 우리반 아이들은 공부를 잘 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책은 맞아요. 이 책을 쓰면서 확실하게 이해한 건 우리 교실이 ‘읽고 쓴다’는 공부의 본질에 집중해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독서를 공부랑 연관 지어 강제하는 건 오히려 책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책은 재미있어서 읽어야지 대학가기 위해 읽어서는 안 돼요. ‘목적성 독서’가 아닌 ‘자발적 독서’가 돼야 해요.”

말은 쉽지만, 이미 스마트폰, 유튜브 등 책보다 자극적인 놀거리가 훨씬 많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김 장학사도 “책은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는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눈앞에 재밌고, 쉬운 놀거리가 놓여있으니까 활자와 친해지고 ‘읽는 뇌’를 만들기 위해선 교사나 부모가 디딤돌이 돼 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책과 친해지기까지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함께 책을 읽고, 책을 선물하고, 독서 동아리 클럽을 만들고, 책 얘기도 함께 많이 나누고요. 오늘 책을 보여줬다고 내일 갑자기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아요. 책에 젖어 들도록 해야죠. 그러다 보면, 게임도 하지만 책도 읽는 아이가 돼요.”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 책 쓴 김성효 장학사. 류효진 기자
'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 책 쓴 김성효 장학사. 류효진 기자

책에는 독서와 씨름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를 위한 현실적인 팁들이 실려있다. 책을 안 읽는 남자아이에게 책을 권할 때는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을 추천해줄 것, 책을 더듬거리며 읽는다면 소리 내서 읽어볼 것, 아이에게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할 것, 나만의 전집을 만들도록 할 것. 그 중에서도 특히 ‘학습만화’만 읽으려고 하는 아이에 대한 팁은 여러 학부모들이 솔깃할 정보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는 학습만화를 ‘총천연색 화보’이자 ‘속독하는 나쁜 버릇’을 만들고 ‘읽는다는 것보다는 훑는 것에 가까우니 내다 팔라’고 일침을 놓는다. 하지만 김 장학사는 “학습만화는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라고 말한다. 김 장학사는 “어려운 걸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면 학습만화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단 ‘독서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일반 책과 학습만화를 적절히 나눠볼 수 있도록 지도해야 된다”고 말했다. “무작정 막지는 않되, 보완할 장치를 두고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아예 못 읽게 했어요. 교실에서 책을 찢어버린 적도 있죠. 그러다 곤충을 정말 좋아하는 5학년 아이의 담임을 맡았는데, 얘가 어려운 학명을 줄줄이 꿰는 거예요.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곤충 만화를 보여주더라고요. 만화가 아닌 줄글로 이것들을 설명했으면 아이가 이렇게까지 빠졌을까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혹은 글을 잘 쓰는 아이)가 꼭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라는 법도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장학사는 “’독서=공부’의 힘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진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시간만큼 집중할 힘을 길러두는 거거든요. 언젠가 본인이 교과공부를 시작할 마음을 먹었을 때, 그걸 제대로 시행할 힘을 갖추는 거죠.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책을 많이 읽고서 공부를 못한 아이는 거의 못 봤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책은 가정에서 글쓰기를 지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가정으로부터 적절한 수준의 독서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지는 않다. 김 장학사는 ‘공교육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가 있는 전북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이 아이들이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고, 어른이 되고,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한 구멍은 점점 커질 거예요. 공교육의 역할이 무엇인가 원점부터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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