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스리랑카전 풀타임 맹활약
A매치 첫 공격포인트 기록
침투패스 6회ㆍ드리블 4회 팀내 1위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차전 스리랑카전이 열린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장.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변을 미리 살핀 뒤 공을 받자마자 수비를 따돌리는 마르세유 턴, 중원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연결하는 킬러 패스 등 이강인은 번뜩이는 플레이로 90분 내내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생애 두 번째 A매치였지만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 스타로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셈이다. 기존 한국 축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강인’만의 스타일이어서 놀라움은 더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이날 FIFA 랭킹 202위 스리랑카를 상대로 소나기 골을 터트리며 8-0 대승을 거뒀다. 4골을 폭발시킨 김신욱(31ㆍ상하이 선화), 7개월 만에 A매치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27ㆍ토트넘),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황희찬(23ㆍ잘츠부르크) 등 볼거리가 넘쳤던 경기였지만 가장 주목 받은 건 막내 이강인이었다.
상대가 약체였음을 고려하더라도, 이강인은 이날 A매치 첫 공격포인트(어시스트)를 포함해 경기 전체를 조율하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왼발에서 나오는 기술적인 패스와 드리블, 시야와 판단 능력은 일품이었다. 전반 10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도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강인이 중원에서 찔러준 패스가 홍철(29ㆍ수원)을 거쳐 손흥민으로 연결됐다.
패스의 속도를 살려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공과 함께 질주하는 모습이나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방식의 창의적인 패스도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반 21분 정확한 코너킥으로 황희찬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에선 기존 대표팀 선배들과 호흡도 차차 맞아가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이강인은 “대한민국을 대표로 해 출전한 경기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화려한 개인기에 대해서는 “일부러 의식하지는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강인의 활약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축구 빅데이터 분석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날 패스 성공률 92.65%(68회 중 63회)를 기록했는데, 그중 침투패스 성공률은 무려 67%(8회 중 6회)에 이르렀다. 드리블 성공률도 100%로 팀 내 1위(4회)였다. 이강인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단순히 눈요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남태희(28ㆍ알사드)와의 궁합도 좋았다는 분석이다. 둘 다 정교한 발기술을 가졌지만 남태희가 빠른 발로 중앙을 침투해 상대 수비를 헤집는 스타일이라면, 반대로 이강인은 느리지만 빈 공간으로 찔러주는 형태의 플레이메이커로서 짝이 잘 맞았다는 평가다. 볼 운반을 위해 대표팀만 오면 자주 후방으로 내려가야 했던 손흥민도 이날은 전방에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강인의 안정적인 볼 소유 덕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칭찬하면서도 더 발전해야 한다는 냉철한 평가를 내놓았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역시 기술이 좋은 선수”라면서도 “하지만 소속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더 발전해야한다. 특히 수비적인 면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아직 어린 선수기 때문에 더 발전할 것이며 당연히 이강인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인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단은 15일 북한과의 3차전 원정 경기를 위해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 이후 14일 평양으로 이동, 북한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평양 원정은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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