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 긴급 소집]
“기초체력 튼튼” “성공 향하고 있어” 그동안 지나친 낙관으로 뭇매
“곧 회복” 등 경기 전망 오류 속출… “참모들 능력 부족” 지적도 나와
요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번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ㆍ공정경제ㆍ혁신성장이라는 3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지만, 대통령은 대체로 희망만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 훨씬 힘쓰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이런 ‘비현실적 경제 인식’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문 대통령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건설투자 등 각종 경기 보완 대책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부양 대책으로 재정 조기 집행을 주로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언급하면서 보다 현실적ㆍ입체적 시각으로 경제정책에 임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8월 취업자 수가 45만2,000명 증가한 데 고무돼 한 발언이라지만 당시 수출은 9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기획재정부조차 경기가 ‘부진’하다고 평가하던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취업자 증가조차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재정으로 만든 60대 이상 노년층인데다 30ㆍ40대와 제조업 취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은 애써 외면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8월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한 언급도 도마에 올랐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 등급을 일본보다 두 단계 높게 매긴 것을 소개한 발언인데, 반도체 가격 하락만으로 수출 전체가 휘청대는 최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한지는 의문이라는 비난을 샀다. 경제학자 출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제 기초체력의 가장 정확한 척도는 잠재성장률이고, 이는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0%대에 진입하고, 머지않아 마이너스로 추락한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학자의 공통된 전망”이라며 직격탄을 쏘기도 했다.
물론 대통령 입장에선 움츠러드는 경제 심리를 개선시키기 위해 좋은 지표나 평가를 강조하며 희망을 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낙관적인 경제 관련 발언이 대체로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밝힌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뜬금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년간 3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중소기업인ㆍ영세 자영업자들이 인상 거부 투쟁까지 나서는 상황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경제 전망의 오류가 속출한 점은 대통령 주변의 능력 부족이라는 진단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2분기부터는 경기가 좋아져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해당하는 2%대 중후반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할 걸로 기대하고 있다”(5월 9일 취임 2주년 대담)고 했으나 현재로서는 올해 2%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우리나라가 올해 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 앞서 4월보다 무려 0.6%포인트를 낮췄고 “경제 기초 체력 튼튼하다”는 발언의 배경이 됐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은 1.8~2.0%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생산ㆍ소비ㆍ투자의 깜짝 반등에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3월 19일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발언은 불과 10일 뒤 2월 생산ㆍ소비ㆍ투자가 모두 추락하면서 무색해지기도 했다.
세종=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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