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경제장관회의 소집… 세계적 경기하강에 선제대응 주문
“민간활력 높아져야 경제 힘 내, 주택공급ㆍ생활SOC 투자 속도를”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돈을 풀어서라도 시장에 온기가 돌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내년에 확대 시행되는 주52시간제 보완 대책과 적극적 규제 완화를 주문한 데 이어 집권 이후 건설ㆍSOC(사회간접자본)에 줄곧 채워뒀던 빗장까지 푸는 셈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 복지, 문화, 인프라 구축과 노후 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논란 등으로 인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적폐 예산’으로 여겨지다시피 한 건설투자를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불가피성 또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민간 투자 확대로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이후 문 대통령이 경제 관련 장관들을 총 집합시킨 것은 올해 처음이다.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런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직접적으로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ㆍ투자 감소를 타개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한 다양한 주문도 쏟아냈다. 먼저 “엄중한 상황일수록 부처 간 협업 강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의 틀과 방식으로는 산업ㆍ인구 구조 변화 등에 능동 대처하기 어렵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 노력이 있어야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삶을 개선하고 민간 활력을 지원하는 데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15~64세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최근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고 고용의 질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고용상황과 관련해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가장 아픈 부분으로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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