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앞두고 태국에서 이뤄진 일제 단속에서 불법 총기와 탄약이 무더기 적발됐다. 지난 8월 외교장관 회담 당시 연쇄 사제폭탄 공격이 있었던 만큼 회의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2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지난 10~16일 돈 므앙 지역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 총기 35정, 탄약 487발을 압수했다. 총기는 주로 권총과 사제 총기였으며 25정은 미등록 불법 총기였다.
방콕 북부인 돈 므앙 지역은 서울의 김포공항에 해당하는 도심 공항인 돈 므망 공항이 있다. 특히 이 공항은 주로 외국 정상들이 전용기로 방콕을 찾을 때 이용한다. 경찰청 대변인은 “정상회의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수도권 전역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태국 민간이 소유한 총기는 약 1,000만정으로 이 중 400만정은 등록이 안 돼 있다. 이 때문에 국제 행사를 앞두고 골칫거리로 지적받고 있으며 경찰은 각 행사를 앞두고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는 수완나폼국제공항과 방콕 도심을 연결하는 전철에도 별도의 승무원이 운행 때마다 승객이 모두 내리면 객실 검사를 마친 뒤 승객을 태우고 다시 출발하는 등 공공시설물 안정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수완나폼국제공항에서 만난 한 방콕 시민은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위해 우리는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초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외교부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방콕 시내 도시철도역 근처와 정부청사 인근 등 네 곳 이상에서 6개의 소형 폭발물이 잇따라 터지면서 5명이 부상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내달 25일부터 부산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개최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다. 또 올해 의장국인 태국이 내년 아세안 의장국이 되는 베트남으로 아세안기와 함께 권한을 이양하는 행사도 열린다. 베트남이 최근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어 이와 관련한 베트남의 내년 아세안 운영 비전 발표가 예상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방콕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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