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찬 극 ‘스카팽’ 음악감독으로 관객 호평
14가지 악기로 배우 움직임 소리에 배경음악까지 연주
![[저작권 한국일보] 최근 전석 매진 행렬 속에 막을 내린 극 '스카팽'의 김요찬 음악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피리 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영상 디자인부터 음악감독, 기술감독 등으로 일하며 공연계 감초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9/10/21/201910211647779396_29.jpg)
‘띠용~’ ‘촵!’ ‘뿌뿌엥’ ‘따다다란’ ‘똥딱!’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연극 ‘스카팽’은 26일간 공연하며 관객 7,000여명을 모았다. 500여석인 명동예술극장 좌석 수를 감안하면 준수한 흥행 성과다. 관객을 끌어 모은 데는 ‘소리’가 한 몫했다. 상연시간 115분 동안 쉼 없이 배우 움직임과 상황 변화에 따라 독특한 효과음, 배경음악이 흘러 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종다양한 소리를 빚어낸 건 단 한 사람. 무대 왼편에서 수많은 악기에 둘러싸인 채 소리로 배우, 관객들과 호흡한 김요찬(41) 음악감독이었다.
‘스카팽’을 본 관객이라면 김 감독을 두고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 사람은 배우일까 연주자일까.’ 그만큼 그는 관객 누구라도 꼽을 만한 무대 위 감초다. ‘스카팽’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유난히 많고 대형 극이어서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희극이면서 풍자극인 작품 의도는 김 감독의 연주로 비로소 완성된다. 김 감독은 무대 위 장면 변화에 따라 와인을 따라 마신다든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는 연기도 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김 감독은 “(원작 소설인)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를 보면 사실 단순한 소리와 동작으로 이뤄져 있지만 임도완 연출가의 ‘스카팽’은 만화 같은 효과를 더하기 위해 많은 악기를 동원했다”고 말했다.
![김요찬 음악감독이 '스카팽'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단 제공](http://newsimg.hankookilbo.com/2019/10/21/201910211647779396_30.jpg)
음악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악기를 연주하는 건 흔치 않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눈이 배우보다 김 감독으로 향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가 ‘스카팽’에서 연주했던 악기는 건반과 기타, 피리, 드럼 등 무려 14가지. 극중 인물 레앙드르(임준식)가 사선으로 올려 세운 머리카락을 따라 뛰어 올랐다가 내려앉을 때 나는 심벌즈 소리, 레앙드르와 하인 스카팽(이중현)이 총을 들고 우스꽝스럽게 대립할 때 흘러 나오는 소리 등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된다. 배경 음악도 마이클 잭슨의 노래 ‘빌리진’부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주제곡, 찬송가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김 김독은 “워낙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연주해야 하기에 공연 전 2시간 동안 손과 몸을 푼다”며 “평소엔 다양한 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해외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챙겨 보고 이들의 악기 음색을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과 배우의 호흡은 치밀한 계산에서 나왔다. “임도완 연출가가 각 배우 캐릭터에 맞는 소리와 음악을 제안하면 제가 연주해보는 식으로 소리를 만들었죠. 배우들이 직접 분석해 온 대로 효과음을 넣어보기도 하고요. ’스카팽’에서 효과음은 마치 암호 같은 요소로도 작용했어요.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 템포가 빨라진다거나 극이 처진다고 생각할 때 짤막한 효과음을 내 흐름을 살려줬죠.” 배우 몸짓의 특징을 포착해 내는 감각 덕에 김 감독은 19년 전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단원이 됐다. ‘보이첵’과 ‘크리스토퍼 논란클럽’ 같이 움직임이 많은 극에 참여해 빛을 내 왔다.
![김요찬(왼쪽) 음악감독은 '스카팽' 무대에서 14가지 악기를 홀로 연주했다. 국립극단 제공](http://newsimg.hankookilbo.com/2019/10/21/201910211647779396_31.jpg)
연극계에서 김 감독은 장르를 넘나드는 ‘끼 많은’ 스태프로도 통한다. 2014년쯤 공연된 뮤지컬 ‘헤드윅’에서 주인공 헤드윅이 자신의 기구한 처지를 노래할 때 그의 뒤에 흐르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김 감독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무려 1,000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 이어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슬로 라이프 슬로 라이브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한 영국 유명 팝 가수 스팅의 내한 무대에서는 기술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은 “한 역할만 하기엔 생계 유지가 쉽지 않아 시작한 일들이지만, 지금 와서 보니 일을 언제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요찬 음악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드럼 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9/10/21/201910211647779396_32.jpg)
올해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휴먼 푸가’(서울 남산예술센터)의 기술감독으로, 내년엔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 화이트큐브프로젝트 등의 음악ㆍ기술감독으로 유럽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스카팽’ 배우와 스태프들은 항상 공연 시작 전 ‘가자 프랑스!’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작품이 국내 재연은 물론 원작이 탄생한 국가인 프랑스에서 공연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바랐다. 그는 “이를 계기로 관객들이 무대 음악과 효과음의 맛과 중요성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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