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전 국방장관 연설담당자, 신간서 “정책 결정과정서 배제”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어떤 상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렇게 국방부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의 연설담당자였던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29일 발간하는 저서에서 국방부의 정책 결정 배제 사례를 기술하며 한미훈련 중단 건을 언급했다. 국방부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방비 상태로 훈련 중단 소식을 접했다는 것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해당 결정 이후 취재진과 비공개 문답에서 ‘트럼프가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당시에도 미 언론이 주무 부처와의 합의 여부를 계속 추궁했지만 국방부는 “(훈련 중단은) 매티스 장관과 사전 논의된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었다. 저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미훈련 중단은 트럼프의 일방적 결정이었던 셈이다.
국방부가 정책 결정에서 배제된 건 이때뿐이 아니었다. 일주일 뒤 우주군을 창설한다는 대통령 발표가 있었으나 매티스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지적했다.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제한, 멕시코 국경 지역 군 병력 배치 등도 매티스와 논의되지 않은 정책들로 꼽혔다.
친 트럼프 성향 각료들이 매티스를 무시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작년 5월 매티스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새로 행정부에 합류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수시로 매티스의 말을 끊었다. 스노드그래스는 “그들이 끼어들면 매티스는 그냥 말을 중단했다. 그 무례함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티스는 지난해 여름 켈리 비서실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가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방장관으로서 무력감이 쌓여 일찌감치 사퇴를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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