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들의 대모’로 불린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전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이 지난 22일 별세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9일 보도했다.
1991년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에 선출된 고인은 10년 재임 동안 지구촌 40여곳의 분쟁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난민 문제 해결에 힘써왔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1994년 르완다 내전으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자, 현장을 찾아 구호 활동을 벌였다. 1991년 이라크의 탄압을 피해 탈출했던 쿠르드족 140만명이 터키 입국을 거절당했을 때 지원 대상이 국경 바깥 난민에 국한되어 있던 UNHCR 규정을 고쳐 국내 난민까지 혜택을 받도록 한 인물이기도 하다. 재임 기간 120개국에 284개 난민사무소를 설치한 그의 활약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고인은 2000년 제5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퇴임 뒤 고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로부터 외무장관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고이즈미 총리의 외교 정책을 잘 모르겠다”라며 거절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외무장관 대신 2003~2012년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을 지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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