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G20이후 4개월만… 오늘 최대 4차례 조우 가능성
아세안+3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양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양 정상의 깜짝 만남은 이날 오후 방콕 IMPACT 컨벤션센터 로얄 주빌리 볼룸에서 열린 갈라 만찬 단체 기념사진 촬영 중에 이뤄졌다. 만찬을 주최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내외 뒤로 문 대통령 내외가 먼저 서고, 이후 아베 총리 내외가 같은 줄 옆으로 서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이 악수를 하는 모습은 쁘라윳 총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양국 관계가 크게 냉각된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 계기 두 정상 만남에 큰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아베 총리와 인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어 같은 줄로 올라온 아키에(安倍昭恵) 여사와도 허리를 굽혀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인사를 마친 아키에 여사는 김정숙 여사와도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양쪽 끝으로 선 아베 총리와 김 여사의 악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아키에 여사가 문 대통령 내외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 내외 외에도 앞줄에 선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브루나이는 아세안 대화상대국인 한국이 아세안에 협력 등의 의견을 개진, 제안할 때 통로가 되는 대화조정국이다. 2021년 8월까지 아세안과의 각종 협력 과정에서 한국의 대변인 역할을 할 밀접한 국가다. 한, 중, 일 등 아세안 대화상대국의 대화조정국은 3년마다 바뀐다. 한국의 다음 대화조정국은 베트남이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각 정상(내외)들이 이어 옮겨 간 곳은 갈라 만찬장. 무대를 앞에 두고 활 시위 모양으로 살짝 굽어, 길게 뻗은 테이블에서 한ㆍ일 정상 자리는 서로 멀었다. 대신 문 대통령 내외는 쁘라윳 총리 내외의 오른쪽,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왼쪽으로 앉았다. 리커창 총리가 옆에 앉은 문 대통령과 크게 웃으며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리커창 총리는 배우자를 대동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옆의 김정숙 여사는 왼쪽으로 앉은 쁘라윳 총리 내외와 중간 중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찍혔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시 만날 기회는 4일 몇 차례 더 남아 있다. 오전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11시45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특별오찬, 이어 1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이어지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조우 가능성이 있다. 또 극적 타결을 위해 아세안이 막후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양국 모두 회원국인 RCEP의 정상회의는 오후 6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열린다.
갈라 만찬 직전까지 확인된 것으로만 보면 한ㆍ일 정상회담도 기대해볼 수 있을 분위기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다. 4일 오전 아세안+3 정상회의 종료 이후 오찬, 오찬 이후에는 아베 총리가 아세안-일본 정상회의를 이끈다. 이어 RCEP 정상회의가 연이어 열린다. 또 아베 총리는 폐막 이후에도 메콩 국가들과 별도로 오후 8시 반부터 정상 업무만찬을 갖는다. 일정표상 메콩-일본 정상만찬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빡빡한 4일 일정 중 한일 양 정상이 별도 회담을 가진다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특별오찬 사이, 1시간 남짓한 시간이 유력해 보인다.
방콕=정민승 특파원ㆍ신은별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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