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한 A씨는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운영하는 저금리 장기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 신청이 지난달로 마감됐다는 소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적격대출 금리는 2.35%(30년 만기 고정금리 기준)였는데,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었다. 최근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최저 2.8%대(5일 기준)임을 감안하면 훨씬 매력적인 조건이다. A씨는 “한도가 얼마 안 남았다는 공지를 사전에 들은 바 없어 더 당혹스럽다”고 푸념했다.
연 1%대 금리의 대환 상품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끌자 적격대출 같은 다른 정책모기지 상품의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적격대출은 예년보다 훨씬 빨리 물량이 조기 소진됐는데, 금융당국은 연내 추가공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대출 희망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5일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에 따르면,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시중은행과 보험사는 지난달 말부터 적격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금융위는 올해 적격대출 공급 규모를 10조원으로 정했는데, 이중 시중은행에 실제 배정된 것은 7조원 안팎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작년에는 연말까지도 한도가 남았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빨리 소진됐다”며 “신규 신청은 내년 1월부터 다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적격대출은 주금공이 운영하는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저리로 제공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보금자리론 등에 비해 대출금리는 조금 높지만, 소득제한이 없고 집값 기준도 9억원 이하여서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 적격대출의 금리는 매월 주금공 내부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판매하는 은행 입장에서 적격대출은 이자 수익이 크지 않아, 창구 직원이 나서서 권하는 상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적격대출이 조기 마감된 건, 지난 9월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영향이 크다. 안심전환대출이 낮은 금리로 인기를 끌자, 안심전환대출을 알아보다가 자격이 되지 않은 예비 차주들이 그 대안으로 적격대출을 택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안심전환대출의 홍보 효과로 적격대출 인지도가 올라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조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다음해인 2016년에도 10월 들어 적격대출이 조기소진된 바 있다. 다만 3년 전에는 연말까지 추가 공급이 이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별도의 결정을 하면 올해 추가 공급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의 경우 별도 한도 없이 신청을 받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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