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즈베즈다 원정 122ㆍ123호골
차범근 기록 넘어선 손흥민
‘부상’ 고메즈에 두 손 모아 쾌유 빌어
손흥민(27ㆍ토트넘)은 축구로 말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그였지만,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골 신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자신이 부상을 입힌 선수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 세리머니를 펼치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ㆍ2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과 16분 연속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3경기 연속골(5골)과 함께 시즌 득점을 7골로 늘리며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넘어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달 23일 즈베즈다와 3차전 홈 경기에서 역시 2골을 몰아 넣어 차 전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프로축구 최다 골 기록(121골)과 타이를 이뤘던 손흥민은 이날 개인 통산 122호, 123호골을 연거푸 터트려 새 역사를 썼다.
역사적인 기록을 작성하면서도 손흥민의 머릿속엔 안드레 고메즈뿐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4일 에버턴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고메즈에게 발목 골절로 이어진 백태클을 해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 죄책감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었다.
애초 이 태클로 퇴장 당한 손흥민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3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추가로 받았다가 토트넘의 항소로 퇴장과 그에 따른 징계가 모두 철회됐지만 심리적 부담감은 여전했다. 즈베즈다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했으나 손흥민은 빠르게 심리적 안정을 찾아갔고, 선발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의 몸놀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33분 문전 혼전 중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몇 차례 득점 찬스를 맞기도 했다. 토트넘은 전반 33분 로 셀소의 선제골로 앞서 갔다.
손흥민의 역사적인 골은 후반 12분 나왔다. 손흥민은 델리 알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어 개인통산 122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득점 후 손흥민은 크게 기뻐하지 않았고 고메스의 쾌유를 빌듯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4분 뒤 대니 로즈의 도움으로 골 지역 오른쪽에서 가볍게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까지 터트렸다. 손흥민은 75분을 뛴 뒤 후반 30분 라이언 세세뇽과 교체돼 먼저 경기를 마쳤다. 토트넘은 후반 40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추가골로 4-0 승리를 장식했다.
2승1무1패(승점 7)가 된 토트넘은 이날 올림피아코스와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고 4연승 행진을 벌인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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