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인수 땐 재계 17위로
“2조 이상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 일각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된다. 현재 재계 33위인 HDC그룹이 자산규모 11조원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단숨에 재계 17위로 올라서게 되고, 주력 업종도 건설에서 항공, 물류, 관광까지 아우르는 종합 그룹으로 변신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별도의 상세 실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다음달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항공산업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가격 협상을 완료하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5%ㆍ구주)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를 모두 매입하게 된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자회사도 일괄 매입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 국내 1위 항공사로 키울 계획이다.
◇정몽규 회장, '포니정' 선친의 꿈 '모빌리티' 사업 결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정몽규 회장이 선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꿈을 일정 부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니 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세영 명예회장은 최초의 국산차인 ‘포니(PONY)’를 개발했고, 현대자동차에서 32년 간 일하며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1999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넘겨주자 아들 정몽규 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차를 떠난 이후에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규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은 곳도 현대차였다. 정 회장은 2005년 정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이듬해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정 회장 부자(父子)가 못다 이룬 자동차 사업에 대한 꿈을 항공사 인수를 통해 이루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게 된 현대산업개발은 호텔, 레저, 면세점 사업과 연계한 관광산업 전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도 인수한 바 있다.
◇재계 33위에서 17위로 '도약'…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몸집이 크게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HDC 계열사의 총 자산은 10조6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 자산까지 더해지면 총 자산은 약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국내 1위 항공사로 키우기 위해 우선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2조원 이상을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CB) 형태 영구채 5,000억원과 채권단이 빌려준 3,000억원을 갚을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도 모두 부채 상환에 투입하면 현재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7조원대까지 떨어진다. 또 대규모 유상증자로 현재 1조4,600억원인 자본금이 약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면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270%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수 경쟁을 벌였던 애경 컨소시엄 보다 1조원 가량 높은 금액을 베팅한 것과 ‘배보다 배꼽이 큰’ 대형 매물의 인수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다각화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의 자금 수혈로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경영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처리에 대한 부분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 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모회사는 HDC다.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은 증손회사가 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HDC그룹이 인수를 완료한 이후 자회사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앞으로 인수하게 되면 2년간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이 먼저라고 생각된다”며 “지금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여러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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