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각 그랜저’부터 자율주행 기능 탑재 6세대까지
‘더 뉴 그랜저’ 인테리어는 호평 일색, 외관은 호불호 갈려
19일 정식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더 뉴 그랜저’가 화제입니다. 전면을 가득 채운 그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실내 디자인을 두고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4,000만원 정도에 저런 실내를 뽑을 수 있는 차가 전세계에 있으려나”(새****), “인테리어는 호불호 이야기 안 나올 듯”(오****) 등의 반응이 이어졌죠.
이를 반영하듯 신형 그랜저는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11일간 3만 2,179대의 사전판매계약이 이뤄지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전 그랜저 모델의 14일간 2만 7,491대 사전계약 기록도 단번에 갈아치웠습니다. 1986년 7월 1세대 그랜저가 출시된 뒤 6세대까지 진화하면서 세대마다 판매량이 약 10만대씩 늘고 있는데요. 한국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의 33년 역사를 돌아볼까요.
86년 처음 나온 1세대 그랜저, 일명 ‘각 그랜저’는 부의 상징이었죠. 좀 산다는 집도 소형차를 굴리던 시절, 동네에 그랜저가 나타나면 구경거리였습니다. 한 누리꾼은 그랜저 가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게시물을 올렸는데요. 2.0 모델이 지금 돈으로 약 5,490만원, 3.0 모델이 8,216만원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랜저보다 고급 모델인 제네시스 가격과 맞먹습니다. 80년대 그랜저 가격은 현재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분석도 있어요. 그랜저는 당시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되자마자 국내 고급차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세대 그랜저부터는 ‘각’이 없어졌습니다. 지금 보면 투박하지만 당시만 해도 유선형의 매끈한 외양이 화제였습니다. 차체 길이가 4,980㎜로 직전 모델보다 더 길어졌고 국산 자동차 중 처음으로 운전석 에어백, 냉장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 등이 추가돼 명실상부 고급 승용차의 대표 주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1996년 5월 다이너스티가 나오면서 그랜저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기함(旗艦ㆍ플래그십) 모델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98년 출시된 3세대 그랜저 XG는 그랜저 모델 첫 독자 개발 차로 기록됐습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공업과 공동 개발했던 1, 2세대와 달리 쏘나타(EF)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해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만든 차체였죠. 원래 마르샤 후속으로 개발했지만 마르샤가 인기를 끌지 못해 그랜저 XG로 출시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판매량은 다시 늘었지만, 99년 에쿠스가 나오면서 그랜저는 현대차의 3번째 고급 모델로 밀렸죠.
4세대 그랜저 TG는 2005년 말 다이너스티가 단종되면서 현대차의 부기함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3세대 그랜저가 그랜저 모델의 상징이었던 보닛 위 엠블럼을 없애고, 리어램프를 ‘L’자 형으로 바꾸면서 논란이 된 것만큼은 아니지만 4세대는 외관 디자인에서 직선을 완전히 없애는 바람에 둥글둥글해졌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랜저 TG가 당시 잘 팔리던 쏘나타와 너무 많이 닮아 그랜저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왔죠.
2011년 선보인 5세대 그랜저 HG는 좀더 스포티해졌어요. 현대차는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기반으로 그랜드 글라이브 컨셉트를 통해 웅장한 비행체가 활동하는 듯한 유려한 느낌을 구현했다”고 설명했죠.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는 유려하고 역동적인 모양을 강조하는 의미인데,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중후하면서도 역동성 있는 디자인이라는 말입니다. 이 때부터 눈을 치켜뜬 것 같은 헤드램프 디자인이 적용됩니다. 2013년부터는 가솔린 엔진에 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왔죠.
2016년 나온 6세대는 전면 육각형 그릴과 입체적인 헤드램프 같은 겉모습 외에 자율주행 초기 단계 기술이 대거 적용됐습니다. 자동 긴급 제동, 주행 조향 보조,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부주의 운전 경보 등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더 뉴 그랜저는 내ㆍ외부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엔진, 변속기 등 주요 장치는 바꾸지 않은 6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입니다.
2015년 말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하면서 그랜저는 다시 현대차에서 기함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자인과 성능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요구는 한 발 더 앞서 있습니다. 중형 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건 기함의 체면에 맞지 않으니 독자적인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는 게 대표적인 요구입니다. 플랫폼 개발에 막대한 돈이 드는 만큼 현대차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쯤 나올 7세대 그랜저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과연 그랜저는 ‘한국 고급차의 대명사’라는 30년 넘은 명성을 유지해갈까요.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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