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동했으면 야당 구금, 문재인 대통령 당선 가능성 제로”
“당시 권한대행 황교안, 단식할 게 아니라 해명부터 해야”
군의 계엄문건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든 안 되든 계엄을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유지할 계획이었다고 폭로했다. 계엄에 따라 당시 정권에 반대하던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의 발을 묶어 정권교체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계엄 수행기간이 ‘탄핵 인용시 2개월, 기각되면 9개월’이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헌법상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게 돼 있고, 기각돼 임기를 채운다고 해도 9개월 뒤 대통령 선거가 있어 계엄문건은 인용이건 기각이건 헌법재판소 판단과 상관 없이 다음 대선 때까지 계엄을 유지하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계엄 문건에 따르면 계엄 발동 시 체제에 반대하면 국회의원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모든 언론은 사전검열을 거쳐야 한다. 체제에 반하는 사람, 언론은 군사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는다. 현행 법으로 보호되던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임 소장은 “유신 때나 있을 법한 음모”라며 “계엄 하에서 대선이 치러졌으면 반정부활동금지포고령 같은 것에 의해 야당 정치인들을 구금하는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될 가능성이 제로(0)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건대로 계엄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 소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탄핵이 인용됐을 때 (문건을 작성한) 이들이 예상한 소요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이 (계엄)카드를 쓸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틀 동안 안 나오면서 (소요사태가 나는지) 지켜보며 이 카드를 만지작거렸을 개연성이 높지 않았을까”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해명과 검찰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우선 황 대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하건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되건 계엄을 이용해 대선을 무산시키려 했다는 게 들통난 것”이라며 “황 대표는 단식할 일이 아니라 자기가 연루됐는지 안 됐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합동수사단에서도 사실상 이 사건을 뭉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꾸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만 얘기한다”면서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군인권센터가 공개하고 있는 계엄문건을 청와대가 준 것이라며 한국당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임 소장은 “청와대는 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검찰이) 수사를 뭉갠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분들이 주실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공익 제보자들에 대해 공격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상을 주진 못할망정 비난하는 것은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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