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와 장모가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취 환자 등 일반인의 응급실 난동 사건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병원 소속 교수와 가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17일 오후 4시경 신장투석을 위해 응급실을 찾은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A씨의 장모인 B씨가 의사의 지시로 혈압을 측정하려 한 간호사를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20일 주장했다.
박준환 서울대병원 노조 사무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B씨는 혈압 측정을 하려 한 응급실 신규 간호사에게 폭언을 했다”면서 “혈압측정이 어려워지자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배 간호사 역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A교수는 간호사가 B씨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을 방관하며 오히려 “내가 여기 교수이고 의사다. 빨리 투석이나 보내줄 것이지 뭐 하는 거냐”고 오히려 간호사들을 다그쳤다. 노조 측은 이전에도 A씨의 장모가 투석을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내 사위가 여기 의사인데 네가 감히” 운운하며 간호사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사건이 발생한 후 임금단체협약 조인식 행사가 있어 공식석상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며 “병원장이 사과의 뜻과 함께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은 병원 교수라는 지위를 믿고 교수와 가족이 의료진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대표적인 갑질사건”이라며 “자체 조사위를 꾸려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파악하고 A교수와 B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 사건에 대한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측은 “아직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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