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성북구 네 모녀’를 기리기 위한 시민 분향소가 21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역 부근에 차려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분향소엔 네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이날 오전 10시 시민분향소를 세우고 외롭게 세상을 떠난 네 모녀의 넋을 위로했다. 앞서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다세대 주택의 한 방 안에서 70대 어머니 김모씨와 40대 딸 3명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엔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도 함께 발견돼 주변의 안타까움이 컸다.
추모위는 성북 나눔의 집 최돈순 신부가 주도했다. 네 모녀의 장례를 치러줄 유가족이 없어 서울시가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치른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지역 시민단체에 시민 분향소를 제안했고, 67개 단체가 힘을 보탰다. 최 신부는 “성북 네 모녀뿐만 아니라 송파, 관악, 양주, 인천 계양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며 “빈곤이 사망의 원인으로 밝혀진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하나같이 복지 제도가 촘촘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직장인 김혜선(39) 씨는 “분향소를 보니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 떠오른다”며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사는 송희(31)씨는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신청자 위주의 복지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들 모녀는 7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고 월세도 2~3개월 밀릴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어떤 긴급복지지원도 받지 못했다.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는 김진욱(37)씨는 “오늘 아침 등교길에 분향소를 보고 사건을 알게 됐다”며 “나부터 힘든 사람에게 무관심하다는 걸 느꼈고, 같은 시민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활동가 김미희(56) 씨는 “결국 잊지 않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더 부지런히 이웃을 살펴야겠다”며 “공동체를 몸으로 느끼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고 대답했다.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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