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지친 기색 역력… 강기정, ‘문 대통령 단식 중단 부탁’ 전달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중지를 전격 결정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단식 투쟁을 계속 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문재인 대통령에 요구하며 20일부터 곡기를 끊었다. 3대 요구 사항 중 한 가지만 관철된 만큼, 단식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 황 대표의 입장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중지 발표 직전 황 대표가 농성 중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을 찾았다. 강 수석은 ‘단식을 중단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부탁을 전달했으나, 황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수석은 황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지소미아 문제가 황 대표 바람대로 잘 정리된 만큼 단식을 종료해 달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총회 만찬 참석을 요청하는 대통령의 말씀도 전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반기면서도, 강 수석에게 “앞으로 지소미아 종료라는 것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이 임박한 이날 철야 농성까지 예고하며 청와대를 거듭 압박했다. 그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대한민국의 안보 파탄과 한미동맹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소미아를 유지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했고, 페이스북 글에서도 “정부와 범여권이 밀어붙이는 폭거에 항거하기 위해 제가 여러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단식이라는 현실이 서글프다.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와 청와대 앞을 오가는 황 대표의 장외 단식 투쟁은 계속된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제 산 하나를 넘어선 것”이라며 “황 대표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단식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최근 쇄신 방향을 놓고 분열했던 한국당은 황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 별로 조를 나눠 황 대표 곁을 지키기로 했다. 황 대표 단식 시작 당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ㆍ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미국 출장을 떠났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일정을 하루 축소하기로 했다. 23일 귀국하는 나 원내대표는 24일 황 대표의 농성장인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주재할 계획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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