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전원 참석 기록 깨지고, 첫 한ㆍ메콩 회의 빛바라
모친상 때 ‘한달 공백’… “이번에도 가능성 배제 못해”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위중한 장모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한-아세안ㆍ메콩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향후 협력사업에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남방정책 추진 2주년을 맞아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제3차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번에 처음 열리는 한ㆍ메콩 정상회의의 의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훈센 총리는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나는 지금 아주 곤란한 상황에 있다”며 “장모님이 심각한 상태로 응급실에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위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각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중요한 회의에 불참하게 되는 데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프락 속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훈센 총리는 24일 대표단을 이끌고 27일까지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해당 글이 오르기 5시간 전만 해도 훈센 총리는 자신의 방한 계획을 알리면서 24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교민들과의 만남 등에 큰 기대를 보였다.
훈센 총리의 방한이 불발하면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기록도 하나 깨지게 됐다. 2009년(제주)과 2014년(부산) 특별정상회의에는 아세안 ‘정상’들이 모두 참여했다. 아세안 외교가 관계자는 “지난달 오토바이를 타다 다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예정대로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혀 안도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생겼다”며 “한ㆍ메콩 협력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실무 수준에서 모든 협력 사업이 확정된 만큼 향후 진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총리가 정상회의에 참석, 직접 설명을 듣고 돌아가 사업을 챙기는 경우에 비하면 아무래도 탄력을 덜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캄보디아를 포함한 5개 메콩 지역 국가들과 함께 수자원 관리, 메콩강 물류에서 협력하고 지뢰제거와 피해자 지원, 농촌개발을 접목한 메콩 평화마을 조성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8년 훈센 총리 모친상 당시 큰 업무 공백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 실제 상으로 이어질 경우 정상회의 후속 조치 등 협력에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당시 캄보디아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외교가 관계자는 “모친상 당시 훈센 총리가 한달 동안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아 나라의 모든 업무가 멈춰 섰다”며 “총리가 부인 분라니 여사 등 그 가족들과도 관계가 각별한 만큼 이번에도 장기간의 애도 기간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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