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향후 합의 더 깰 수 있음을 시사”… 美서 대북 억지력 강화 목소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데 대응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연말을 전후해 도발 수위를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돼 대북 억지력을 증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명백히 인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며 “북한이 더 이상 남북 군사합의를 존중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로 향후 더 많은 합의를 깰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해 9ㆍ19 남북 군사합의 당시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해 왔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가 군사합의 정신에 저촉된 행위였다면 해안포 사격은 직접적인 위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군사합의는 완충구역을 설정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창린도는 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이 금지된 해상적대행위 금지구역 내에 있다. 특히 한미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연합공중훈련을 유예한 상황에서 이 같은 도발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내년 2~3월 연합훈련 계획을 확정해 직접 대응해야 한다”며 “한미가 훈련 재개 조치를 빨리 취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군사 합의 중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서해안 평화지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끝났다는 점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이런 방식의 신호는 북한으로선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남북군사위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군사합의에 대한 진정을 의심케 하는 또 다른 징표”라며 “다음달 초 시작되는 북한군의 동계훈련을 감안하면 이번 포격은 북한이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군사합의까지 위반하며 무력을 과시한 배경과 관련해 “북한 엘리트 계층이 절실하게 원하는 대북 경제 제재 완화를 보장받는 데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이들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자 무력을 과시해 지도력을 장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점점 더 적대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불법 환적을 통한 북한 원유 수입 차단 조치 등을 주장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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