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투쟁 일주일차에 접어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천막 밖 거동이 어려운 수준으로 상태가 악화됐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그간 황 대표와 보수통합 논의를 앞두고 기싸움을 펼치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선거법 개정안 문제로 대립해 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달아 황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했다.
지난 20일 선거제ㆍ사법개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한 황 대표는 26일도 청와대 분수대 인근 농성장에 머물렀다. 한국당 관계자는 “어제 기온이 확 떨어져서인지 오늘은 아예 걷지 못하셨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진이 비상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며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그런 정도”라고 전했다. 전날과 24일 아침 황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에 임하는 소회를 밝히던 것도 이날로 멈췄다. 당 지도부는 황 대표 상태가 위중하다고 보고 병원으로 강제 이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데 이어 이날도 황 대표에 단식 중단을 권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유승민 의원은 아침 일찍 황 대표를 방문해 약 3분 간 대화를 나눴다. 이달 초 황 대표가 보수대통합 논의를 공개 제안한 뒤 쉽사리 이뤄지지 않던 두 ‘통합 파트너’의 만남이 황 대표 단식으로 성사된 셈이다.
유 의원은 황 대표에게 “지금 문제가 되는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 막아내야 하는 것이니 국회에서 그렇게 하자”며 한국당과 함께 대여투쟁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황 대표는 “고맙다”는 짧은 인사로 화답했다.
정의당ㆍ민주평화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력 추진중인 손학규 대표도 오후에 황 대표를 면담했다. 다만 손 대표는 “정치지도자 한 분이 야외에서 노숙 단식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빨리 단식이 풀어지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이날도 논평에서 “언제까지 국정을 인질로 삼아 스스로 고립되는 자해 행위를 계속할 것인가”라며 황 대표의 단식을 비판했다.
황 대표와 각 당 지도자들의 만남은 빈번해지고 있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관한 대화는 여전히 멈춰서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ㆍ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27일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이날 가진 마지막 회동은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오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부의가 (법안 표결을 위한) 상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논의할 것”이라며 “황 대표가 단식 중이어서 하루 이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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