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수라바야 잠수함 기지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한국일보>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방위산업(방산) 협력에 빠지지 않는 게 2026년 목표인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 개발 사업이다. “돈부터 내라” “팜오일로 준다더라”는 비난과 비아냥이 존재한다. 실제 전체 사업비의 20%(1조7,000억원)를 분담키로 한 인도네시아는 올 상반기 기준 3,010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분담금 축소, 현물 지급 등 재협상 요구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정을 잘 아는 방산 관계자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소탐대실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 LG 등 대기업이 쌓은 명성에 기대 우리 방산이 이만큼 온 것 아니냐” “솔직히 누가 우리나라 무기를 사주느냐”고 되묻는다. 당장의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나라 방산 현실을 직시하며 잠재적 동맹을 만들고 향후 탄탄한 판로를 다져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 만든 무기를 함께 개발하고 상생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의 성패에 따라 우리나라 4.5세대 전투기를 5세대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50년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잠수함 사업처럼 민ㆍ관ㆍ군이 똘똘 뭉쳐야 아세안 다른 국가로의 수출길이 열린다”고 했다. ‘방산 도시’ 경남 창원시의 중소 방산업체 대표는 “인도네시아 방산 협력의 쌍두마차인 잠수함과 전투기 사업이 잘 풀려야 후속 및 연관 수출로 이어지고 작은 업체들의 진출도 용이하다”고 기대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사는 나라(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자료)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펠러형 훈련기 KT-1과 제트 훈련기 T-50을, 우리가 만든 잠수함을 가장 먼저 사 준 나라이자 전투기 공동 개발을 위해 우리와 협력하는 최초의 국가다. 양국 정상이 25일 부산에서 방산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수라바야=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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