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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환자들의 고통과 희망, 할머니들의 요리법… ‘틈새기획’ 돋보여

입력
2019.11.29 04:40
수정
2019.11.29 19: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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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편집 10종

세상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를 발굴한 ‘틈새기획’이 유독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환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낸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는 인간의 고통과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으로 대단한 업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충청도 할머니 51명의 손맛의 비결을 담은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 도 재기발랄한 기획이었다는 호평이다. ‘크리스 조던-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새들의 밥상’,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등은 환경 이슈를 사진과 영상, 그림 등을 동원해 감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글자 풍경’,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 ‘악어노트’도 참신한 편집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송효정 등 지음ㆍ온다프레스

책은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일곱 명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정치적ㆍ사회적 재난을 기록해온 작가 송효정 등 5명이 10개월간 병원과 집, 거리에서 그들을 만나 사고 당시의 기억과 치료과정, 그리고 그 뒤의 일상을 듣고 썼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사고를 겪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 크리스 조던-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인디고 서원 엮음ㆍ발행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서식 중인 새들의 삶을 8년간 추적한 환경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2018)의 감독 크리스 조던의 작품과 생각을 소개한 책이다. 조던은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먹이인 줄 알고 삼키는 새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책에 소개된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고 슬픔을 체감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내면에 있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사랑이 깨어나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 글자 풍경

유지원 지음ㆍ을유문화사 발행

글자를 쓰는 모든 사람이 쉽고 흥미롭게 글자의 생태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글자라는 필터를 통해 본 역사와 과학,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타이포그래피는 다소 생소한 언어지만, 이는 홀로 살 수 없는 인간이 자신을 좀 더 잘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고, 의사소통하기 위한 방법이다.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인 저자는 글자에 숨은 마음 풍경을 읽어내고, 2차원 글자에 숨은 3차원 세계의 풍경을 시적으로 그려냈다.

▦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ㆍ창비교육 발행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소개해 화제가 됐던 만학도 충청도 할머니들의 요리책이다. 지난해 문해 교육에 참여했던 할머니들의 얘기를 중ㆍ고등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채록하거나 학생들이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먼 길 가는 아들에게 들려 보내는 이순례표 질겅이장아찌, 일 끝나고 남편과 소주 한잔하며 먹는 김입분표 돼지껍데기무침 등 시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요리들이 할머니들의 삶과 한데 버무려졌다.

▦ 종의 기원-톺아보기

찰스 다윈 지음, 신현철 옮김ㆍ소명출판

그 어떤 책보다 어렵기로 악명 높은 ‘종의 기원’을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재도전 의지를 심어주는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없는 ‘종의 기원’을 누구든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려 애썼다. 원문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문단과 문장, 단어마다 덧붙인 주석이 2,200개나 되고, 인명사전과 요약 노트까지 곁들였다. '톺아보기'란 제목이 붙은 이유다.

▦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

오영식ㆍ유춘동 지음ㆍ소명출판 발행

딱지본 소설은 1910년대 초반 한국의 일제강점기 시대에 값싸고 부피가 적어 서민들도 휴대하기 편하게 제작되었던 소설책이다. 표지가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되어 ‘딱지본’이라고 불렸다. 책은 딱지본의 실체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자료집이다. 어렵게 수집한 534종 750책 딱지본의 표지 이미지를 실었다. 책은 표지가 갖는 회화적, 미술적, 사회사적, 출판사적 의미를 되짚는다.

▦ 새들의 밥상

이우만 지음ㆍ보리 발행

새들의 먹이 생태를 다룬 단 하나의 ‘새 먹이 관찰 도감’이다. 여덟 해 동안 저자의 작업실 가까이 있는 서울 봉제산에서 만난 새 49종과 새가 먹는 먹이를 관찰한 내용을 현장감 넘치는 글과 아름다운 세밀화로 담아냈다. 사철에 따라 어떤 새들이 무얼, 어떻게 먹는지 살펴보다 보면 자연을 소중히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스민다.

▦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고금숙 지음ㆍ슬로비 발행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꿈꾸는 ‘쓰레기 덕후’의 플라스틱 프리 활동과 꿀팁을 정리한 매뉴얼이다.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주워 해당 매장에 돌려주는 ‘플라스틱 컵 어택‘,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 재기발랄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한다. 이들에게 플라스틱 프리는 고행이 아니라 일상을 바꾸는 취향이자 취미다.

▦ 나는 안중근이다

김향금 글, 오승민 그림ㆍ위즈덤하우스 발행

1909년 10월 26일.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밀도 있게 담아낸 그림책이다. 기존의 아동서처럼 일대기를 그린 동화 형식은 아니다. 긴 글보다 영상에 더 반응하는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안중근의 마음, 거사 당일, 그 후’로 나눠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 악어노트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ㆍ움직씨 발행

대만 문학의 모던 클래식이자 가장 실험적이고 대담한 작가로 알려진 구묘진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이다. 동성애 혐오와 성별 이분법, 가부장제, 자본주의를 솔직하고 대담하게 다룬 젠더 바이너리 문학으로, 언더그라운드 퀴어 문학의 정전으로 꼽힌다. 대만의 동성결혼 합법화 투쟁을 촉발시킨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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