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일자리ㆍ남북 경협 ‘예산 삭감’ 집중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들여다 보면, 여야의 내년 총선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정권 심판론과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직결돼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활력을 위한 투자와 지역균형 발전 예산에 집중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견제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당은 특히 일자리 예산과 남북경협 예산 삭감에 공을 들였다.
민주당이 확보한 예산 사업 중 ‘극일(克日)’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후폭풍 차단’ 항목이 눈에 띈다.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 특별회계로 약 2조730억원을 새로 편성한 것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대책 차원이다. 민주당은 연구개발(R&D) 패키지 지원에도 정부 원안보다 약 490억원 증액했다. 예산안 부대의견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지원 자금이 당초 목적과 달리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민주당은 농심(農心) 달래기 예산도 대폭 확보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잇따른 농가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중소 규모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과 쌀 변동직불금 예산에 각각 2,000억원, 2,380억원을 증액했다. ASF 대응 예산으로는 약 150억원을 증액했다.
민주당은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예산도 성과로 내세웠다. 11일 ‘예산안 주요 성과’ 를 발표하면서 ‘유치원ㆍ어린이집 지원에 따른 보육환경 개선’을 앞세웠다. 민주당은 누리과정 지원 단가 예산에 2,470억원을 증액한 데 이어 ‘조국 사태’로 불거진 대학입시 공정성 강화에 약 880억원,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에 약 1,100억원을 추가했다.
한국당은 일자리와 남북경협 사업 관련 예산 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견제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 원안보다 삭감된 분야는 보건ㆍ복지ㆍ고용(1조원 삭감), 산업ㆍ중소ㆍ에너지(2,000억원), 외교ㆍ통일(200억원) 등으로, 주로 야당이 비판하는 사업 예산이다.
한국당은 예산 부대 의견으로 정부 사업을 견제했다. 일자리 분야에선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유사 중복 사업을 검토해 개선방안 마련’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관련 법령이 제정된 이후 시행’ 등의 내용을 담았다. 남북경협 예산의 경우 ‘대북 쌀 지원 사업이 북한의 거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세계식량계획(WFP)에 입금한 사업관리비용(약 140억원)에 대한 환수 계획을 국회에 보고한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단체 지원 등 예산집행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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