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지평님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꽃피는 봄날 오후, 출판사 사무실에서 ‘엉엉’ 소리 내 울만큼 힘든 시련이 닥쳐와도 삶은 또 살아진다. 30년간 출판 편집자로 살고 있는 지평님이 한국일보에서 수년 간 쓴 칼럼을 다듬어 산문집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을 냈다.
스스로를 나른한 구경꾼으로 칭한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인생과 일상의 순간을 차곡차곡 기억해뒀다 새로운 의미를 얹어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손수 세간을 정리하고 떠나간 선배의 어머니, 한적한 섬에 놀러 가 고시래기를 건져 올리는 재미에 푹 빠진 노모, 저질 체력 이모를 병간호하겠다고 어린이 해열제를 먹여 응급실에 실려가게 한 어린 조카까지.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지평님 지음
황소자리 발행ㆍ232쪽ㆍ1만3,000원
책이 담아내는 이야기는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각별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저자는 이 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무대에서 열연했던 주변 모든 주인공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라고 말한다. 도란도란 수다 떨 듯 건네는 생동감 넘치는 문장도 읽는 맛을 더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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