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감금에 인신매매까지
EU “책임 없어” 해명 논란
유럽연합(EU)이 난민수용소 문제 해결과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리비아에 지원한 자금이 도리어 난민 착취에 사용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EU와 유엔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AP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EU가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리비아에 보낸 난민 지원자금이 오히려 난민을 착취하는 민병대 등에 흘러갔다고 보도했다. EU는 2015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출발하는 난민을 억제하기 위해 3억2,790만유로(약 4,250억원)의 기금을 리비아에 지원해왔다. 리비아 서부지역 20여개 수용소에 거주하는 5,000여명의 난민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유럽으로의 유입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해당지역 수용소 대부분은 리비아 정부가 아닌 민병대가 관할하고 있다. 민병대는 수용자를 고문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가 하면 일부는 인신매매조직과도 결탁돼 있다. EU의 난민 지원자금이 실제로는 난민을 착취하는 민병대의 손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난민들은 AP통신에 “민병대가 고문 장면을 담은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민병대가 하루 평균 5~7명의 난민으로부터 많게는 8,500달러를 받고 이들을 풀어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EU와 유앤은 이 문제를 알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민병대가 수용소 운용권을 갖고 있음을 UNHCR이 알고 있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하루 평균 50디나르(약 35만원)로 책정된 식사비 예산이 실제로는 2디나르(약 1만4,000원)만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EU 측은 “국제법상 수용소 내부의 일에 대해선 책임지기 어렵다”면서 “지원자금의 활용은 유엔은 의존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나마 찰리 옉슬리 UNHCR 대변인은 “새해부터 직접 계약 방식으로 난민 지원정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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