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의원, 2일 총선 불출마 선언 “국회에 설 자리 없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4ㆍ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 의원은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과 같은 정치현실 하에서는 제가 국회에 설 자리가 없다”며 “고민 끝에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된 것을 결정적 계기로 꼽았다. 그는 “선거법이나 공수처법 같은 그런 중요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태워 강행처리하는 그런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날치기 강행 처리한다는 것은 적어도 대한민국 정도의 위상을 가진 국가에서 있어선 안 되는 정치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법과 공수처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몸으로 막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 통과된 뒤에 본회의장에서 본 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는 굉장히 무기력 하지 않았냐. 저는 (거기에서) 굉장히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를 조장한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고 본다”며 “의원들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되면 어떻게 하나, 결국 내가 희생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도록 내버려둔 책임은 당 지도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다 책임져야 하고, 당 지도부에서 한 사람이라도 ‘내가 책임진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고 이 법안을 막아라’라는 식으로 나갔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여 의원은 “제1야당이라는 한국당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모습은 야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수 대통합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표 직위가) 제일 먼저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이라고도 했다.
앞서 여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입장문에서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 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며 “이러한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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