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시장 선거부터 철수ㆍ복귀 반복
새해 총선 앞두고 또 ‘복귀’ 승부수 던져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
미국에 체류 중인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밝힌 국내 정치무대 복귀 일성이다. 2011년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철수(撤收)’와 복귀를 거듭해 온 안 전 대표는 이로써 총선을 3개월여 남겨두고 또다시 여의도로 돌아오게 됐다.
안 전 대표의 ‘철수 정치사’는 2011년 9월 6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시작됐다. 자신이 유력 후보임에도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은 기성정치 문법에 익숙하던 대중에게 울림을 줬다.
그러나 그의 철수가 늘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다음해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하거나,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돌연 민주당과 합당(2014년 3월)을 한 결정은 일부 참모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게 할 만큼 독단적이었다.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는 주로 정치적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엔 7ㆍ30 재보선 패배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서 내려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곤 탈당이라는 전략적 철수를 감행, 국민의당을 창당 두 달 만에 38석의 원내 3당으로 만들어냈으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같은 해 6월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게 됐다. 그의 이 같은 ‘6번째 철수’에 당시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에 결벽증이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엔 대선 패배(2017년 5월)를 겪고 2017년 8월 다시 대표직에 도전,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그러나 6ㆍ13 지방선거 패배 후 또 물러나 9월 1일 독일로 출국했다. 그의 일곱 번째 철수였다. 안 전 대표는 다만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더 깊이 경험하고 더 큰 깨달음을 얻겠다”며 은퇴가 아닌 ‘후퇴’라고 이름 붙였다. 일각에선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을 듣긴 했지만, 기성 정치인과는 차별화한 행보라는 평가도 얻어왔다.
이후 국내 중도ㆍ보수 진영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도 귀국설을 일축했던 안 전 대표는 이날 다시 정치권의 ‘변수’로 재등장했다. 그를 중심으로 제3지대 정계 개편을 구상해 온 바른미래당 등 중도 정치세력들의 행동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수와 진보 진영이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중도층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그에게 고무적이다. 안 전 대표 역시 자신의 복귀 메시지에서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9년 전 정계입문 이후 꾸준히 ‘낡은 정치와 기득권’의 청산을 외쳐온 안 전 대표가 이번엔 과연 여덟 번째 철수 없이 그 뜻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 안 전 대표의 총선 출마 계획 등 향후 정치 행보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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