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이란 충돌 넘어 지구촌 위기로… 핵 위기 도미노에 IS 테러세력 준동 조짐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핵 위기’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 갈등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세력과 테러조직이 준동할 조짐도 보인다. 미국ㆍ이란 갈등이 중동 전역은 물론 지구촌 전체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미국과 이란은 연일 상대를 겨냥한 엄포로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 수석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실질적 2인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폭사와 관련해 “(이란의) 군사적 대응은 미국의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란이 공격하면 신속하고 완전하게 ‘비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실제 양국은 무력충돌까지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라크에 증파된 미군 병력에는 특수전사령부(ASOC) 산하 제75 레인저연대의 1개 중대도 포함됐다. 레인저부대는 적 수장의 사살ㆍ생포 작전에 특화된 병력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도 중동지역 내 최강인 미사일부대의 비상대기 태세를 한층 강화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이날 JCPOA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동결 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기 않겠다고 밝혔다. 핵합의 타결 4년 반만에 사실상 탈퇴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이란이 핵 보유국을 지향할 경우 지구촌의 핵도미노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무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의 제재 해제시 핵합의 복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이란의 선언에 대화ㆍ협상 의사가 일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JCPOA 5단계 이행 중단은 우려했던 우라늄 20% 농축 재개보다는 나은 편”이라며 “이란은 여전히 유럽의 지지를 원하며 합의를 완전히 깰 생각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IS를 비롯한 테러조직이나 무장세력의 발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슬람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힘겨루기가 ‘반미’로 수렴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미 미국의 동맹격인 이라크에선 반정부 시위가 반미 시위로 옮아갔고, 의회 차원에서 미군 철수 결의안까지 통과됐다.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샤바브의 공격으로 케냐 미군기지에서 미국인 3명이 사망한 사건, 기지 보호를 이유로 내건 미군 주도 국제연합군의 IS 격퇴전 중지 선언 등은 이런 우려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이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되 역내 미국의 동맹국들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ㆍ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을 거론하며 “이들은 이란이 자신들을 공격했을 때 과연 트럼프가 지원할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모흐센 레자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미국이 공격해오면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란이 헤즈볼라(레바논)나 후티 반군(예멘) 등 시아파 대리세력을 앞세울 경우에도 중동 전역이 ‘친미국 대 친이란’ 세력 간 전장으로 비화할 수 있다. 이미 헤즈볼라와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민병대는 미국에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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