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ㆍ입법ㆍ사법부 수반, 삼권분립 따라 1~3위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의전서열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 5위인 총리로 가는 게 국격에 맞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데요. 전직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 자리로 옮기는 것을 두고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는 의견까지 제기됐습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 때부터 서열을 언급할 정도였을까요.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죠.
그러나 후보자 지명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의전서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정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부결할 방침을 밝히며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20대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로 국회의원의 검증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럽느냐. 국가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를 하다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된 분은 있어도, 의장을 하다 총리로 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 분은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이를 두고 6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의전서열은 외교부 의전 실무편람에 따라 현직에 대해 예우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직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고요.
대체 의전서열이 뭐기에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쉽게 표현하면 외교 의례나 국가 기념일 등 의전행사에서 참석자, 즉 주요 요인들의 서열을 말합니다. 물론 법령에서 의전서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안전부가 2014년에 펴낸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정부행사에서는 공식적으로 헌법, 정부조직법, 국회법, 법원조직법 등 법령에서 정한 직위순서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 관례적으로는 정부수립 이후부터 시행해 온 정부 의전 행사를 통해 확립된 선례와 관행이 기준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삼권분립에 의거해 행정ㆍ입법ㆍ사법부 수반이 각각 우리나라 의전서열 1~3위를 차지합니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의전서열 1위, 2위가 국회의장, 3위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으로 구분돼있어요. 국무총리가 5위이고, 중앙선관위원장, 여당대표, 야당대표, 국회부의장, 감사원장 순으로 10위권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 후보자의 의전서열을 문제 삼은 심 원내대표도 의전서열의 ‘수직하락’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2016년 20대 국회부의장을 지내 의전서열이 한때 9위였는데, 지금은 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 17위에 해당합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여당 대표 때는 7위였는데, 장관이 된 지금은 21위에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의전서열은 해당 국가에서 정한 일종의 ‘질서’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제각각이에요.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겸 상원의장, (주 행사시) 주지사, 하원의장, 연방대법원장 순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릅니다. 영국은 보통 왕가의 서열이 높은데, 국왕, 국왕의 배우자, 왕자, 공주, 캔터베리 대주교(영국 성공회 최고위 성직자), 대법관 순입니다. 총리는 대법관보다도 서열이 낮은 8위에 해당합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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