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래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선 소비자를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 ‘볼리(Ballie)’가 처음 공개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 세계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 고객사 등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은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s)’로 정의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최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김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 안정, 즐거움 등 삶의 긍정적 경험을 기대한다”며 “이 같은 개인의 요구가 모여 기술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Companion Robot) 볼리를 최초로 공개했다. 볼리는 공 모양으로 이동이 자유롭고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 다니며,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케어를 수행한다. 또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능이 탑재돼 있어 프라이버시 보호나 피트니스 도우미 역할 등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 김 사장은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볼리는 인간 중심 혁신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로봇 연구 방향을 잘 나타내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 사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세바스찬 승 삼성리서치 부사장은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하트와이즈(HeartWise)’를 소개했다.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심장질환 재활 프로그램으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만성 심장질환환자의 심장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생시 전문 의료진의 적기 진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 준다. 승 부사장은 “환자의 재입원을 낮출 수 있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생명을 구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개인 맞춤형 케어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AI 리더십과 업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AI, 5세대(5G) 통신, AR(Augmented Reality) 등 첨단 혁신 기술의 등장이 어떻게 개인을 둘러싼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소개했다. 페데리코 카살레뇨 삼성 북미 디자인혁신센터장은 “집은 사용자 니즈에 반응하고 응답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며 “개인이 모두 집에 대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에도 개인 맞춤형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젬스(GEMS·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를 입은 사용자가 ‘AR 글라스’를 쓰고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에게 맞춤형 피트니스를 받는 것을 시연했다. 시연자는 트레이너와 함께 런지(Lunge)와 니업(Knee up) 등의 동작을 하며 자세 교정을 받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운동 결과를 피드백 받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인 도시화 추세에 대해 언급하며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에밀리 베커 삼성 넥스트 전무는 “2050년까지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수많은 도전 과제들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 5G,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 등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도시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빌딩, 교통, 커뮤니티 등 3가지 분야로 구분해 설명했다.
스마트 빌딩 분야에서는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오염물질 배출 저감과 같은 문제 외에도 거주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에 대해 소개했다. 베커 전무는 삼성전자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 적용할 홈 IoT 사례를 언급하며, 거주자가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하나의 앱으로 전기ㆍ수도ㆍ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과 차량 출입 정보 확인, 스마트 가전제품 조작까지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V2X(Vehicle-to-Everything)’의 구현을 통해 자동차를 도시 전체와 연결하고, 스마트 기기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 커넥티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김 사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삼성의 기술은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말하고 다시 한번 인간 중심 혁신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개인이 더 안전하게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며, 착한 기술(Technology for Good)을 추구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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