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혁신통합추진위원장 맡아… “한국당-새보수당 먼저 통합, 2월 10일까지 신당 창당해야”
4ㆍ15 총선이 석 달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보수 진영이 당면한 최대 화두는 보수 통합이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의 완패로 보수 야당이 가진 힘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도 싸늘하다. 신년 여론조사에선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월등히 높게 나왔다. 현재로선 한국당이 단독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범여권과 겨루려면 사분오열된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보수 통합론이 힘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전 의원이 연초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 중도까지 아우르는 중도보수 대통합까지 거론된다.
9일 진통 끝에 발족한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그 첫 결과물이다. 통추위 발족은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공식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공천권 등 예민한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통합 논의가 빈손으로 끝날 수 있고, 통추위에서 합의를 해도 당이 다시 뒤집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수 통합 논의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과연 통합은 가능한가. 물밑에서 보수 통합 논의를 주도하다 이날 혁신통합추진위원장에 선임된 박형준 동아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수 통합 판도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 보았다.
◇친박-새보수당, 대의 위해 감정의 골 넘어서야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추위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그간의 논의 선상에서 보면 어떤 의미가 있나.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천명한 보수 재건 3원칙(탄핵 책임을 묻지 않는다, 개혁 보수로 간다, 흡수 통합이 아닌 신당 창당)이 모두 수용됐다. 통추위 구성으로 장애물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통합 열차’를 타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중심이 될 테니 다 들어오라’는 입장이었던 한국당은 이번 결정으로 밖에서 통합을 하고 그 결과로 신당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새보수당도 ‘한국당 안에 들어가 고사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으로 주저했지만, 한 발을 딛고 협상장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결단을 했다.”
-남아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통추위는 제3 지대에서 통합신당 관련 사항, 공천혁신 관련 사항, 가치와 노선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 구성이나, 공천심사위 구성은 예민한 문제여서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 이르다. 이를 위해 통추위는 어느 한 당이나 특정 인물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못하는 장치를 강구할 것이다. 또 통추위 합의 사항이 각 정당에서 관철이 되고, 구성원과 지지자들이 따라줄 건지도 가봐야 안다.”
-그동안 한국당 내 친박계의 반대가 통합의 걸림돌이었는데.
“황교안 대표는 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 새보수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감정의 골이나 서로에 대한 호오(好惡)를 넘어서야 한다. 완전히 해소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용광로에 넣어서 녹일 수 있다고 본다.”
-전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간략히 정리해달라.
“우선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이다. 이후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오면 중도보수 통합 측면에서 참여하도록 할 생각이다. ‘당신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우니 이 정도 개혁적이고 범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노선이라면 함께 참여해서 그 안에서 경쟁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할 것이다.”
-구체적인 통합 방법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추위 구성 제안에 동의해 의원들을 파견하면 통합 작업이 시작된다. 다만 총선 때까지는 비상대책위원회 겸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순 없지 않나. 이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승리를 이끈 사람들이 차기 대선 주자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략적인 통합의 시간표는.
“설 전에는 통합 합의문을 발표하고 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2월 10일까지는 신당이 창당되어야 한다. 선거와 관련된 국고보조금 지급이 2월 중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안철수, 독자 생존 어려워… 통합 통해 기회 노려야
-한국당 내에선 공천관리위원회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추위 통합 작업과 상충되지 않나.
“황 대표가 통합 때문에 공관위 구성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이 공관위를 발족하면 통추위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 일정을 최대한 당겨서, 통합 합의 이후 양당이 공천심사위를 함께 구성하는 게 맞다.”
-비대위 또는 선대위 위원장은 어떤 방식으로 정하나.
“총선까지는 비대위가 곧 선대위다.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소위 대선 주자급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비대위에 참여하면 어떨까 싶다.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를 떠올리면 된다. 일단 선거 때까지는 이렇게 가야 한다. 모두 참여해야 책임지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통합 성사 전망은.
“진보 진영은 통합과 연대 경험이 많고, 훈련도 많이 되어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자기 희생 정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다 보니 통합은 진보보다 보수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원래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거꾸로 지금은 보수가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다 통합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저는 통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공화당과도 통합하나.
“우리공화당은 지금 당장 통합 대상은 아니다. ‘탄핵 5적’으로 규정한 새보수당과 통합 논의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과 통합하면 새보수당도 안 들어오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1차 통합 대상은 보수와 중도보수, 좀 더 나아가면 중도까지다.”
-안 전 의원은 ‘통합보다 혁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보수 야당과 손 잡을 수 있을까.
“보수 통합에 혁신을 어떻게 담아 내느냐에 달려 있다. 안 전 의원이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상과 통합을 통해 이뤄질 혁신 내용이 어느 정도 연계되면 참여의 공간이 열린다. 현실적으로 안 전 의원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대선 주자로서 안 전 의원의 비호감도가 제일 높다는 건 좌파, 우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의미다. 통합을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혁신을 담아 내고, 정치적 지분과 정치적 승리를 어느 정도 일궈나가면서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
-황 대표가 극우 보수로 기울면서 통합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저도 지난해 말 황 대표가 확장적이고 포용적인 중간 지대로 나와야 하는데 지나치게 우경화 경향을 보인 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때는 조국 사태를 필두로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 같은 극한적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황 대표도 그걸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통합을 들고 나온 것이다. 통합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보면 황 대표가 개혁적 보수나 중도에 대해서 꽉 막혀 있거나 폐쇄적인 건 아니다.”
◇총선 3개월이나 남아… 야당심판론 의미 없어
-그래도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가 같이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YS와 DJ가 1985년 총선 때 손을 잡은 게 서로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전략적 이익이 같고 상황 인식이 비슷하다면 적과도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 일본 자민당도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나. 그런 차원에서 연대하면서 경쟁하는, 갈등하더라도 틀 내에서 하는 문화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누구도 같이 할 수 없다’고 정치인들이 말한다면 다양한 생각과 욕망을 갖고 있는 국민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나.”
-보수는 ‘박근혜 탄핵’을 어떻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나.
“왜 탄핵에까지 이르게 됐는가 성찰해야 한다. 과거 보수 정권은 권위주의적이었고 통합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 권력의 자의적 남용의 측면에서도 부족한 게 많았다. 소위 보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에 충실하지 못했다. 다만 정치적 분열을 가져 온 국회 탄핵 과정에서의 태도, 그리고 이후 정치적 행보는 논쟁을 해도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탄핵의 강을 넘자’는 건 지나친 논쟁의 영역으로 가지는 말자는 것이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월등히 높게 나왔다. 보수 통합이 되면 총선 판도가 바뀔까.
“총선 3, 4개월 전의 정당 지지율이 득표율로 연결되는 경우는 없었다.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라는 것도 동일한 수준에서 비교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총선은 막판에 정권 심판론을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13대 총선부터 선거 예측이 맞은 적이 거의 없다. 선거가 3개월 남았다는 건 아직도 롤러코스터를 탈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현재 야당이 불리할 지형임은 틀림 없지만 극복 못할 지형은 아니다.”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가치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복합 전환기에 있다. 자유와 공화를 바탕으로 하되 보수든 진보든 이념적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자칫 잘못하면 일본이나 프랑스가 겪었던 장기 침체로 갈 수 있다. 그 길로 가지 않으려면 실용적이고 현실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진단을 기초로 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 좌파도 도그마틱하지만 우파도 도그마틱하다. 그런 도그마티즘에 빠져선 미래가 안 보인다.”
인터뷰=김영화 논설위원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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