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해 전 세계 가전ㆍ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낸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이 10일 막을 내렸다. TV 중심의 메인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된 곳은 단연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였다. 이들은 이번 전시 핵심 주제였던 ‘8K TV’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중국, 일본과의 ‘초격차’를 입증해냈다.
미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전시 테마인 로봇 부스들에서는 투박한 외모의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보다 반려동물이나 친구 역할을 하는 ‘생활 밀착형’ 로봇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인간과 공존한다’는 공통의 콘셉트 아래 톡톡 튀는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 한국 완승
TV 전시장에서는 ‘8K TV’를 내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표 제조사들은 대형 8K TV를 구현하기 위해 각 사의 전략에 따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미니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을 일제히 전시했다.
이 중 특히 마이크로 LED는 가로세로 100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 이하 초소형 LED를 광원으로 활용하는 최고난도 기술로 꼽힌다. 미세한 LED를 레고 블록처럼 옮겨 붙이는 모듈형 방식이기 때문에 LED 조각을 안정적으로 배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75인치부터 292인치에 달하는 ‘더월’ 라인업을 대거 선보이며 ‘세계 1등’ 위상을 확실히 했다.
마이크로LED 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던 중국 콩카는 마이크로 LED뿐 아니라, LED 조각 크기가 커 마이크로 LED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불리는 미니 LED 8K TV도 전시했다. 중국 TCL 역시 미니 LED TV를 설치했다. 하지만 모듈과 모듈 사이 틈이 벌어져 있고 불량화소도 눈에 띄었다. 중국 제조사들이 8K라고 써 붙인 화면도 선명도 등이 삼성, LG에 못 미쳤다. 이에 대해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8K 칩을 만들려면 최소 2년 이상은 걸리는데, 중국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했다면 내년에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기술 격차가 2년은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CES에서 처음 공개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LG전자 롤러블(돌돌 말리는) TV는 올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롤다운’ 방식을 선보여 눈길을 끈 반면, 일본 샤프가 전시한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구김살이 생기는 데다가 지지대도 필요해 기술 격차를 실감나게 했다. 중국 하이얼은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핵심 기술을 그대로 모방해 전시했고, 중국 하이센스와 TCL은 삼성전자의 세로로 세우는 TV ‘더 세로’를 따라한 ‘로테이트 TV’ ‘로테이션 TV’를 선보였다.
◇병 따주고 밥 해주고… ‘반려봇’ 시대 성큼
로봇은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집안’으로 무대를 옮겼다. 삼성전자는 야구공만한 크기의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거나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볼리’를 공개해 환호성을 받았다. LG전자는 자사 로봇 ‘클로이’가 접객, 안내, 요리, 설거지까지 하는 ‘클로이 테이블’로 미래형 무인 레스토랑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이노비아는 스스로 물건을 싣고 목적지까지 자율주행하는 로봇을 전시했다. 이노비아 관계자는 “독일, 일본에서 이미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고 팔굽혀펴기 등 10여 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업체명 로보센), 목소리와 손짓에 반응하는 고양이 로봇(엘리펀트 로보틱스), 사람 같은 온도를 가지고 표정으로 소통하는 반려로봇(그루브X) 등 ‘생활 속 로봇’이 전시장을 채웠다.
시간당 2㎞ 속도로 걷는 2족 보행 로봇으로 병뚜껑을 따는 등 미세하게 관절을 움직이는 로봇을 전시한 중국 유비테크 관계자는 “위에서 누르거나 한쪽 발로만 서게 해도 균형을 잡을 정도로 기술을 고도화했다”며 “올해 CES에는 우리처럼 ‘집사’ 역할을 하거나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는 가정용 로봇이 많이 등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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