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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되레 줄어” 북유럽 복지 국가들, EU 최저임금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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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되레 줄어” 북유럽 복지 국가들, EU 최저임금제 제동

입력
2020.01.13 18:51
수정
2020.01.13 19: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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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고급 인력 유출 막아야” EU, 최저임금 자문기구 추진에

덴마크 등 3국은 “단체교섭 방식 적용해 온 나라들 예외 인정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차원의 최저임금제 도입 시도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고임금을 자랑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현행 노사 간 단체교섭 제도를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EU 내 임금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자국에선 실질임금 하락 등 역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단일한 처방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4일(현지시간)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자문기구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지난달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명자 시절부터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의 ‘두뇌 유출’을 막겠다”며 최저임금제 도입을 공약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상당수 다른 회원국도 찬성 입장이어서 EU 차원의 최저임금제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이 반기를 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28개 EU 회원국 중 덴마크ㆍ핀란드ㆍ스웨덴 등 북유럽 3국과 이탈리아ㆍ오스트리아ㆍ키프로스 등 6개국은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유럽 국가들에선 산업별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벌여 임금을 확정한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단체협약의 혜택을 누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다. 그 결과 덴마크 노동자들의 평균시급은 EU에서 가장 높은 43.5유로(약 5만5,920원)이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임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선 EU 차원의 최저임금제를 받아들일 경우 자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건비 절감을 노린 사측이 법정 최저임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제트 리스고르 덴마크 노조연맹 대표는 “현행 모델로 덴마크 노동자들이 양질의 생활을 누릴 만한 충분한 임금을 받는 점이 통계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핀란드 식품산업노조연맹 측도 “만병통치약식 일괄 적용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통의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더라도 단체교섭 방식을 적용해온 나라들은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게 북유럽 3국의 요구다. 피터 훔멜고르 덴마크 고용장관은 EU로부터 예외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면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여전히 단체교섭 모델의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집행부의 제안서가 오면 신중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가 내세운 목표는 역내 최저임금의 절댓값을 정하는 게 아니라 공통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기준 설정이다. 구체적으로 각 회원국 평균급여의 60%를 최저임금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스 슈미트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EU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겨우 먹고 살 만큼만 벌거나 빈곤의 나락에 추락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 도입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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