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별관광 美와 협의 요구한
해리스 발언에 강한 유감 표명
종북 발언·방위비 압박 등으로
누적된 불편한 심기 드러낸 듯
당정도 “내정간섭” 등 일제히 포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남북협력 구상에 제동을 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17일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개 경고했다. 정부ㆍ여당도 해리스 대사를 집중 공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해리스 대사가 전날 외신 인터뷰에서 ‘남북 협력을 추진하려면 한미 협의부터 거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한 날선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과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남북 협력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시키며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 지역 협력, 개별 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신년사에서도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사업,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거론했다.
이는 빈틈 없는 경제제재로 북한 비핵화를 강제하려는 미국의 방침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에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어떤 오해도 피하려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한미가 사전에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독자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의 이날 반응은 해리스 대사에 대해 누적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된다. 군 출신의 강경파인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등 수 차례 선을 넘었다. 해리스 대사가 청와대를 겨냥해 2차 반박을 내놓는다면, 양국 간 외교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리스 발언에 대해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가 주한 외교관의 반응에 논평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 개인 의견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꼬집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해리스 대사의) 내정 간섭 같은 발언은 한미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